금리인하·주도주 '깜깜'...증시 대기자금 130조 육박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4.05.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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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국내 증시에서 살 종목 보이지 않아"
투자 대상 못 찾고 대기 중인 자금 130조원
전문가도 당분간 현금 보유 추천

증시 대기 자금 추이/그래픽=이지혜증시 대기 자금 추이/그래픽=이지혜


30대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삼성전자와 KB금융지주(KB금융), 이차전지ETF(상장지수펀드) 등 보유종목 대부분을 현금으로 전환했다. 금리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아서다. A씨는 "연초까지만 해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며 "지금은 살 종목이 보이지 않아 당분간 현금을 들고 상황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증시에선 개인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게 나타난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기준 55조9449억원을 기록했다. 예탁금은 주식을 매도한 뒤 증권사 계좌에 남겨둔 돈이다. 연초 40조원선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지난 2일에는 58조7908억원으로 늘었다.



개인투자자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도 꾸준히 증가한다. CMA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개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반년 전 54조5069억원에 머무르던 CMA 잔액은 연초 60조원을 돌파한 뒤 이달 3일 71조7922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액을 합한 증시 대기자금은 총 127조7371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투명한 금리인하 시점이다. 이날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6월 미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90%를 넘겼다. 완화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이차전지 같은 증시를 이끌 주도주도 보이지 않는다. 세제인센티브가 나오지 않으면서 연초 증시를 견인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식어간다.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당일 대표적 밸류업 수혜주로 꼽힌 보험과 금융업종은 2% 하락하는 등 실망매물이 나왔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제인센티브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대한 개인과 기관의 매도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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