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1번' 이주영 "아동학대 부모, 무조건 분리하는 게 맞나"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4.05.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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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소통관] 이주영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당선인

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의료 현장과 대한민국 미래 세대를 위한 입법 활동을 해나가겠습니다."

이주영 개혁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42)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당선인은 개혁신당 비례대표 1순위로 4·10 총선에서 당선됐다.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동국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울산대 의과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전문의(교수)로 약 10년 근무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인 3남매의 어머니기도 하다.

이 당선인은 소아응급센터 '붕괴'를 겪은 뒤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연락받고 정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 당선인은 해당 센터에서 전문의 7명 등 의료진과 한 팀으로 근무해왔다. 그러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소송 가능성에 부담감을 느끼며 팀 인원이 줄줄이 현장에서 이탈했다.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져 이 당선인도 지난 2월1일 병원을 떠났다. 이 당선인은 현장과 동떨어진 법을 좋은 법으로 바꿔 보고자 위해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이 당선인은 "총선 전 여러 정당에서 연락이 왔다. '비례대표 1순위를 주겠다'는 정당도 있었는데 개혁신당은 오히려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아 마음이 더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공관위의 비례대표 순번 결정이 끝난 뒤 언론보도를 통해 본인이 1순위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이달 30일부터 개원하는 제22대 국회에서 의원 임기를 시작한다. 가장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다. 이 당선인은 "의대 정원 이슈는 전체 의료계 문제를 놓고 보면 지엽적인 부분이다. 공공의료와 핵심 의료(사람 생명과 직결된 의료) 등 우리나라가 완전히 손 놓고 있는 부분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며 "공공의료의 정의, 수혜자, 규모, 환자 이송체계 등을 규정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맞지 않는 법령으로는 학대당한 아동을 양육자로부터 무조건 분리하도록 한 아동복지법 시행령을 들 수 있다"며 "분리된 아동은 쉼터로 옮겨지는데, 이곳에서는 신생아부터 고3이 함께 지낸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어 "모든 아동학대 사건의 정도가 극악하지는 않다. 부모와 아동을 당장 분리해야 옳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그레이존'(회색지대)인 경우가 많았다"며 "의사와 경찰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양육자로부터 아동을 무조건 떼어놓아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정말 이게 맞는가' '오히려 학대 아동에게 2차 가해는 아닌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의료 개혁'과 관련해 한국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의료는 낮은 수가(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보험공단에서 받는 비용의 합)와 높은 보장성으로 버텨왔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속 싸고 좋은 의료를 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 추진 방식에 대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대 2000명 증원부터 던질 게 아니라) 우리 의료가 10~20년 뒤 어떤 방향으로 갈지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논의를 시작해야 했다"며 "이를테면 돈만 내면 세계 최고의 의료를 누리는 미국식, 최고 수준 의료는 못 누려도 의료 접근성이 높은 영국식, 절충을 택한 일본식 중 국민이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를 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그림도 없으면서 저수가 문제, 교육, 형사처벌 등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증원부터 꺼내니 반대하는 것"이라며 "근본적 문제를 회피하고 인원만 늘리면 핵심 의료 질은 더 낮아질 것이다. 환자가 될 수 있는 입장에서도 반대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현재 핵심은 핵심 의료에 종사하던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돌아오면 막대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돈은 적게 받고 큰 법적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필수 의료에 종사해도 소신에 따라 일할 수 있겠다'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않아도 될 만큼 수익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당선인은 교육·연금 제도에 관한 문제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변을 보면 사교육이 너무 과열돼 있다. 옆집 학생보다 점수 잘 받기 위함이 아닌 더 나은 인격체가 되기 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혁신당 방침에 맞춰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개혁신당 분위기에 대해 "정치를 먼저 시작한 이준석·천하람 당선인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다"며 "눈치 보지 않고 각자 할 말과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나 병원과 비슷해 편하다"고 했다. 그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당 대표 선거와 관련해 "개혁신당에는 연세가 많지만, 보수에 염증을 느끼거나 발전적인 정치를 꿈꾸는 시민들이 많다"며 "이런 분들을 아우르면서 개인보다 당을 생각하는 분이 대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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