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방에 '진심' 하나은행, '원화' 들고 유럽 증권사·지방은행 찾는다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5.0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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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외환시장 개방을 대비해 딜링룸을 확충하고 있다./그래픽=윤선정하나은행이 외환시장 개방을 대비해 딜링룸을 확충하고 있다./그래픽=윤선정


하나은행은 올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외환시장 개방에 '진심'이다. 지난 4월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 국내 최대 규모인 2096㎡(약 634평), 126석의 딜링룸인 '하나 인피티니 서울'을 개관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각오로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설종문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부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두려움과 설렘의 연속"이라며 "24시간 거래를 가장 먼저 준비하고 수행해 야간 시간 안정적인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도은행으로 역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피니티 서울'의 '인피니티(무한)'은 무한(인피티니)하게 성장하는 하나은행 딜링룸과 24시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환거래라는 의미를 담았다. 개점식 당시 테이프를 자르지 않은 이유도 '연결'과 '확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서울'의 세계지도엔 서울·런던·뉴욕·싱가포르가 강조돼 있다. 서울 업무 시간 후인 저녁 8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런던지점에서 외환거래를 하고, 런던의 업무 시간 후에는 뉴욕지점에서 업무를 하는 방식으로 각 도시의 영업시간을 이어 24시간 업무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은 올 9월 런던지점 내 8명 규모의 자금센터 개설을 시작으로 향후 2~3년 내에 뉴욕지점에도 자금센터 구축을 준비 중이다. 싱가포르 지점에도 자금운용 인력이 이미 파견돼있다.

'인피니티 서울'의 세계지도가 서울·런던·뉴욕·싱가포르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인피니티 서울'의 세계지도가 서울·런던·뉴욕·싱가포르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하나은행의 이런 선제적 움직임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올 7월 시행되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은 크게 국내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과 RFI(해외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를 골자로 진행된다. 문제는 정작 개방 후에 RFI들이 유의미한 원화 거래량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설 부장은 '원화 수요'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역량도 충분히 쌓여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RFI로 나오지도 않고 나올 수도 없다"면서도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도 증권사와 지방은행들이 곳곳에 있고 이들은 현재도 대형은행을 통해 높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주고 원화 거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지 금융기관과 법인들이 높은 비용을 주고 치루는 거래를 하나은행이 적은 가산금리를 받고 직접 지원할 수 있다"라며 "맨땅에 헤딩하면서 영국 등 현지 법인들에 우리의 플랫폼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설 부장은 이런 거래를 수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전문 인력 확대'라고 꼽았다. 하나은행은 런던의 자금센터를 20~30명 규모까지 키울 생각이며, 126석 규모의 인피니티 서울에도 아직 20여 곳의 공석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설 부장이 이끄는 FX플랫폼사업부도 전사적인 지원을 받아 2019년 3명의 인원의 'TFT(태스크포스팀)'로 시작해 올해 10명 규모의 부서가 됐다. 그는 "2019년 3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FX플랫폼사업부가 첫 eFX(비대면 외환거래)를 성사시켰을 때, 셋이 함께 엉엉 울었다"라며 "외환 분야에서 하나은행이 절대적 강자라는 마인드와 열정을 가진 직원들이 더 충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은 '딜링스쿨'을 운영해 이를 수료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자금시장그룹 인력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인사철마다 '딜러'를 공모하는데, 하나은행 내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직군으로 꼽힌다.

아울러 설 부장은 유능한 딜러가 있어야 eFX 부문도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 부장은 "eFX도 결국 베테랑 딜러, IT인력, 모델링 전문가 등 사람이 짜놓은 전략을 기계들이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Hana FX 트레이딩 시스템'은 FX플랫폼사업부가 운영하는 기업고객 전용 비대면 외환거래 플랫폼이다. 2020년 5월 출시 이후 지난 4월말 기준 2800여개 기업고객을 보유했고 올해 4000개 이상 고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 부장은 "딜링룸 확대는 글로벌 외환시장 진출이라는 새 업무에 도전하는 하나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한다"라며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가능성과 긍정적인 면만 보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설종문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부장이 '하나 인피니티 서울'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설종문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부장이 '하나 인피니티 서울'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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