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맞아야 할 비…하이브리드·ESS '우산 전략' 가동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박미리 기자 2024.05.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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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탈 캐즘 로드맵④

편집자주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 진입이 현실화했다. 완성차 업계의 생산 감축 후폭풍이 배터리 기업의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대중화 문턱에서 전기차 시장이 주저앉으면, 미래 먹거리로 여겨 온 배터리의 밸류체인이 붕괴한다. '죽음의 골짜기'에 직면한 배터리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 본다.

현대차·기아 국내외 하이브리드 판매량 추이/그래픽=조수아현대차·기아 국내외 하이브리드 판매량 추이/그래픽=조수아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수반되도 '캐즘'(Chasm,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은 당분간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밸류체인 전반의 업황 부진은 '피할 수 없는 비'인 셈이다. 업계는 이에 따른 실적 둔화를 최소화할 '플랜 B' 구축에 나섰다.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차를 캐즘의 징검다리로 삼는다. 배터리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의 국내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9만7734대로 17% 늘었으며 기아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같은 기간 30.7% 증가한 9만3000대로 집계됐다. 미국 시장에선 현대차, 기아 뿐 아니라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차 전체 판매량이 급증했다. 1분기 미국에서 전년대비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폭은 45%였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2.7% 늘어나는데 그쳤다.



업계에선 전기차 캐즘을 하이브리드차 약진 배경 중 하나로 보고있다. 올해부터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자 친환경차 수요 일부가 하이브리드차로 쏠렸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구동계에 전기 모터와 소형 배터리를 추가로 장착해 제조된다. 연비가 높고 친환경적인데다 전기차의 단점인 충전과 주행거리 문제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전기차 캐즘 기간의 대안이 될 잠재력이 있는 셈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당초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계획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에선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산 플랫폼 개발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새로운 플랫폼을 내년 초 출시하는 팰리세이드 등에 적용한다. 기아도 스포티지와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에 이 플랫폼을 적용한다.
국내 배터리 3사, ESS용 배터리 투자·개발 현황/그래픽=조수아국내 배터리 3사, ESS용 배터리 투자·개발 현황/그래픽=조수아
배터리업계는 ESS용 배터리 시장을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본다. ESS는 전기를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 대용량 배터리가 장착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해주는 장치로, 재생에너지 설치가 늘어나는 미국 등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계가 상대적으로 손쉽게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ESS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LG엔솔은 지난 달 미국 애리조나주에 연산 17GWh 규모의 ESS 배터리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는 2026년엔 최근 LG엔솔 ESS 배터리 전체 출하량의 두 배 이상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공장에선 LG엔솔이 독자 개발한 ESS용 파우치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생산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미국 ESS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를 앞세워 진검승부를 벌이겠단 의지다. 북미 ESS 시장 규모는 2022년 12GWh에서 2030년 103GWh까지 약 10배 커질 전망이다. 이 밖에 삼성SDI도 북미에서 ESS용 LFP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SK온도 ESS용 LFP 배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다만, ESS 배터리 역시 전기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산과의 경쟁이 관건이다. 특히 미국 ESS 시장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중국산 배터리가 별다른 제약 없이 유통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계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LIB ESS 시장 추이/그래픽=조수아LIB ESS 시장 추이/그래픽=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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