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추격 따돌리기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4.05.08 09:05
글자크기
"중국이 모든 기술을 5년 내 따라온다고 보면 된다."

최근 중국에서 만난 국내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중국발 과잉 공급 여파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중국 석유화학은 국영기업이 주도하다 2017년부터 민영기업 주도로 바뀌었다. 수급을 고려하지 않는 설비투자가 이뤄졌고, 이 덕분에 중국은 단기간 내 석유화학 최대 생산국이 됐다.

중국은 진입장벽이 낮은 범용화학 시장부터 잠식하기 시작했다. 규모의 경제에서 중국을 이기긴 역부족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줄줄이 어닝쇼크급 실적을 내놨다. 공장 문을 닫거나, 가동률을 낮춰 수익성 관리에 나섰다. CEO들은 연초부터 "고부가 제품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SK지오센트릭은 포장용 접착재로 쓰이는 고부가 제품 'EAA'(에틸렌 아크릴산)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 초고충격 PP(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 제품을 꺼내 들었다. 중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살 길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중국의 추격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속도도 우리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실제 차이나플라스를 찾은 한 관계자는 "이전엔 큰 규모의 부스가 모두 외국기업들 것이었는데, 올해는 회사 로고를 보지 않으면 중국기업인지, 외국기업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중국기업들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의 특성도 우려를 더한다. "중국 민영기업들은 '어떤 시장이 잘 되겠다' 인식하면 순식간에 투자를 집중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주말도 없이 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샘플을 받아 기술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만큼 중국의 현재 기술력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는 이야기다. 이대로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도 따라잡힐 수 있다.

그래도 남은 카드는 있다. '기술력'이다. 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끌어올린 배경이다. 이를 위해 막대한 고정비가 들어가는 범용 설비의 유동화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려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미리 /사진=박미리박미리 /사진=박미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