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싸서 다닐까"…점심값 만원 '훌쩍' 살벌하게 오르는 외식비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4.05.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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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주요 '외식비' 가격 추이/그래픽=윤선정최근 4년 주요 '외식비' 가격 추이/그래픽=윤선정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직장인들의 지갑을 위협하고 있다. 식재료와 물류·인건비까지 치솟으면서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으로 시름하고 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물가 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단가 인상에 나서면서 런치플레이션 압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칼국수+김밥 1만2000원, 삼겹살 1만9000원
1일 한국소비자원 가격동향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기준 자장면 1인분 가격이 7069원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가장 낮은 지역(경상북도)도 6000원을 넘어섰다. 서울시내 자장면 가격은 지난해 8월 7000원을 넘어섰고, 이후 순차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단가가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히 계산하면 전국 자장면 평균 가격은 6516원이다.



다른 외식물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16개 시도별 8개 품목의 외식가격을 매월 공개하고 있는데 전 품목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비빔밥 가격은 서울 기준 올해 1월 1만654원에서 지난달 1만769원으로 1.1% 뛰었고, 냉면은 1만1385원에서 같은 기간 1만1462원으로 0.7% 올랐다. 삼겹살도 1인분(200g) 1만9514원으로 이 기간 0.4% 올랐다.

가격을 4년 전과 비교하면,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가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2020년까진 외식 물가가 눌려 있었으나 2021년부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점심에 김밥과 칼국수를 먹는다면 1만2000원을 넘고, 김치찌개백반도 적어도 8000원은 줘야한다. 냉면은 이미 2022년부터 1만원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손꼽히는 자장면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올해 서울 기준 자장면 가격은 2021년과 비교해 29.5%나 오른 상황이다. 한때 1000원에 1줄이었던 김밥은 이제는 적어도 3000원은 줘야 한다. 같은 지역과 기간을 기준으로 김밥은 22.5%나 올랐다. 같은 기간 품목별 상승폭은 △칼국수 21.1% △비빔밥 19.4% △삼계탕 18.1% △김치찌개백반 15.9% 정도다.

대기업도 못견디는 인플레이션…골목 식당 사라질 수도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도 인플레이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단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 김선생'은 이달 초 메뉴 가격을 100∼500원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바른김밥' 가격은 4500원으로 기존보다 200원 올랐다. 다른 프랜차이즈 김밥업체인 김가네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치킨과 피자,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 외식업체도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이달 중순 메뉴 가격을 1900원씩 올렸다. 파파이스도 치킨과 샌드위치,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맥도날드는 다음 달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릴 예정이다. 피자헛도 다음 달 주요 메뉴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더 큰 문제는 소상공인과 같은 골목상권이다. 대형 외식업체들보다 인플레이션 압박을 버티기 힘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골목 상권을 지키고 있는 식당·주점들이 사라지면 일부 살아남는 곳들로 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고, 단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문을 열지 않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점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 업계는 당분간 물가 상승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동성이 낮은 인건·물류비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식용유·밀가루와 같은 식재료 단가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지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초저가 제품의 판매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과거 물가상승 시기 처럼 집에서 도시락을 챙겨오는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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