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 의존도 낮추자"…해외 조달 눈 돌리는 카드사들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5.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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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 최근 해외 조달 현황/그래픽=최헌정국내 카드사 최근 해외 조달 현황/그래픽=최헌정


국내 채권 시장의 조달 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으면서 카드사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17년 만에 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카드사는 해외 조달에 성공하기 위해 국제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받으려는 노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아시아와 유럽 채권 시장에서 5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카드가 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한 건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외화 표시 채권은 국내 기업이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해외 채권 시장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현대카드의 채권 발행 공모엔 32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최종 발행액보다 6.4배 큰 금액이다. 공모 참여자엔 글로벌 우량 투자기관 50여곳도 포함됐다. 현대카드는 5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35bp(1.35%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최초 제시한 금리는 170bp였지만 수요가 쏟아지며 가산금리가 내려갔다.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외화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하며 외화를 조달한다. ABS는 부동산·매출채권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4년 만기 달러·유로화 ABS를 총 6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에도 매출채권을 담보로 5년 만기 유로화 ABS를 2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삼성카드도 지난 1월 6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AB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기초자산은 매출채권, 만기는 2029년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1월 매출채권 담보의 ABS를 5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평균 만기는 3년으로,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MUFG은행과 싱가포르 DBS은행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카드사가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모색하는 이유는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수신) 기능이 없어 주로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차입금 잔액 29조9026억원 중 회사채 잔액은 18조7655억원으로, 비중이 71%에 이른다. 삼성카드도 올해 1분기 차입금 잔액 17조1266억원 중 회사채·장기CP(기업어음) 잔액이 13조2454억원으로, 77.4%를 차지한다. 회사채의 대부분은 국내 채권 시장에서 발행된다.

국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채권 시장이 악화할 때면 카드사는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수요가 얼어붙었을 때는 연초 2%대였던 신용등급 AA+ 여전채의 5년 만기 금리가 6.2%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해 국내 채권 시장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려 한다.


조달 금리가 유리하다는 점도 해외를 찾게 만든다. ABS는 담보가 있어 조달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국내보다 금리 경쟁력이 있는 해외에서 ABS를 발행하면 더 유리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해외 ABS를 발행한 KB국민카드는 당시 국내 조달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ABS를 발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카드사가 발행한 채권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는데 국내 시장금리가 높아 해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획득하면서 다양한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일본 신용평가회사 JCR(Japan Credit Ratings)로부터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의 신용등급인 'A+ 긍정적'을 획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의 회원 수가 증가하고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조달처 다변화 필요성이 업계 전반에 걸쳐 생기고 있다"며 "현대카드도 이번에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뿐만 아니라 일본 엔화 등 다양한 통화로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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