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만난 시진핑 "세계, 양국 함께 번영할 만큼 넓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4.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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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아닌 파트너 돼야..해치기보다 서로 성과 내자"

(AFP=뉴스1) 2023년 6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10.24  ⓒ AFP=뉴스1  Copyright /사진=(AFP=뉴스1) 정지윤 기자(AFP=뉴스1) 2023년 6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10.24 ⓒ AFP=뉴스1 Copyright /사진=(AFP=뉴스1) 정지윤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26일 인민대회당에서 접견하고 "(중미) 양국은 적이 아닌 파트너가 돼야 하며, 서로 해치기보다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이런 발언 내용을 전하고 그가 "구동존이(공통점은 추구하고 다른 점은 남겨둠)해야 하며, 말에는 신뢰가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하며 말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강화하고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 국민들의 바람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된 기대"라며 "중국은 개방적이고 번영 발전하는 미국을 기쁘게 바라보고 있으며 미국 역시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는 백년만에 찾아온 심오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국제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하고 독립적으로 번영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고 '첫 번째 버튼'이 눌려져야 중미 관계가 진정 안정되고 개선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지난 몇 달 동안 각 분야에서 소통을 유지하며 적극적인 진전을 거뒀지만 많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내가 바이든 대통령과 몇주 전 통화를 통해 정한 것이니 헛걸음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기조 등으로 양국 사이에 긴장감이 드리운 상황에서 진행됐다. 시 주석이 당초 예정하지 않았던 블링컨과의 면담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가 부여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면담이 확정된 이후 "긴장 완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면담은 성사됐지만 실무적 분야에서 양국 간 입장차는 여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 면담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회담했다. 5시가 이상 이뤄진 회담에서도 이견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왕 부장은 이날 "미중 관계는 총체적으로 안정세"라면서도 "부정적 요소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라며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리가 부당하게 억압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이 지속해서 도전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이 안정성을 갖고 계속 나아가는 옳은 방향을 취해야 하는가, 아니면 하향 곡선(downward spiral)으로 돌아가야 하는가"라며 "국제사회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 맥락에서 "중국의 태도는 일관적"이라며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상생 협력이라는 양국 관계 3원칙을 거론했다. 이어 중국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이른바 '레드 라인'으로 제시하고 내정 간섭을 삼가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을 거론, "두 지도자가 설정한 의제를 진전시키려면 활발한 외교가 필요하다"라며 "진전을 위한 대면 외교를 대체할 수단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양 정상이 합의한 의제에 진전을 이루고, 이견과 의도, 각자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시 주석과 면담을 마친 후 자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마지막 일정으로 소화한 후 중국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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