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돈 줄'...관리 부처 넘쳐나는 한국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4.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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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 풀리는 담배 유해성 정보] ⑤주무기관은 어디

편집자주 담배유해성관리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발의된 지 10년 만이다. 이에 따라 내년 11월 시중에 판매하는 담배의 유해성분이 공개된다. 해외 주요국에 비하면 늦장 출발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제도를 만들어 곧바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연정책의 시발점이 될 담배 유해성 공개의 쟁점과 해법들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담배는 돈 줄'...관리 부처 넘쳐나는 한국


"우리나라는 담배를 여러 부처에서 나뉘어 관리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의료 제품을 관리하는 규제당국이 담배도 같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권경희 동국대 약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담배 유해성 관리제도의 현재와 미래 진단' 포럼에서 국가별 담배제품 관리 전담기구 현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독립된 규제당국은) 담배분석센터를 운영하면서 담배회사나 외부기관에서 분석한 결과를 밸류에이에션(가치판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담배 관련 부처는 크게 4곳이다. 가장 강력한 권한인 담배 판매와 조세 관련업무는 담배사업법에 근거해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담뱃세가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까닭에서다. 금연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앞세워 혐오그림같은 규제를 관장한다. 담배꽁초를 유발하는 담배사업자를 가만 놔둘 리 없는 환경부도 자원재활용법을 앞세워 한갑당 24.4원의 부담금을 걷어간다. 국민 안전의 최전선에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통과된 담배유해성관리법으로 담배 관련부처에 첫 발을 담궜다.

그동안 담배 관련 규제의 주도권을 기재부가 쥐고있다보니 국가가 국민건강 보다 세수를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담배 관련법안이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기재부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 담배판매 코너의 모습. 2024.01.31.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 담배판매 코너의 모습. 2024.01.31.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주요 선진국의 경우 담배를 국민의 건강관리를 관장하는 부처나 산하의 기구에서 관리한다. 미국의 경우 FDA(식품의약청)가 산하에 담배제품통제센터(CTP)를 운영하는 등 담배 제조, 마케팅, 판매 등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의회가 사전규제를 허용할 정도로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까닭이다. 게다가 FDA의 결정은 해외 대부분 국가에 영향을 미칠만큼 영향력이 크다. 최근에는 담배회사와의 흡연경고사진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담배 관리 선진국으로 불리는 캐나다(Health Canada)를 비롯해 영국(Department of Health), 이탈리아(Ministero della Salute) 등은 보건부에서, 호주는 보건노인의료부(Australian Govermenat Department of Health and Aged Care)에서 담배를 관리한다. 반면 독일은 연방소비자보호식품안전청(BVL)에서, 브라질은 국가위생감시국(Anvisa)에서 관장한다. 공통점은 모두 한곳에서 담배 관련 규제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에 입각해 장기적이면서도 일관된 담배 관련 정책을 유지하려면 우리도 통합 관리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포럼에서 "담배 유해성 정보 공개 법안은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법이 통과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금연정책과 함께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미국 사례처럼 한 기관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칸막이를 없애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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