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희생자를 위한 국화꽃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세 사기의 끝이 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각 잡고 판을 짜니 누가 와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그래도 어쩌겠냐. 가장으로서 헤쳐 나가야지. 천만다행인 것은 제때 보증보험을 들어놨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십수년 학업에 매진하다 인생 첫 스스로 발을 떼자마자 당하는 사기에 다들 얼마나 막막했을지, 20명 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가는 말소리 하나 없이 정적만 감도는 게 오히려 이질감이 들었다"고 현장을 묘사했다.
A씨는 "죄는 사기꾼이 쳤는데 임차인이 잔뜩 주눅 들어서는 이따금 담당자가 서류 잘못됐다고 하면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고 역으로 빌고 있는 꼴이 어째 주객 전도된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른바 '오픈런'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찾아갔다고 밝힌 그는 "이미 대기 순번은 1시간이 넘고 혹여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 수없이 다시 검토하며 마음 졸였다. 다행히 서류상 큰 문제는 안 보인다고, 요새 사기 급증으로 업무량이 증가해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잘 마무리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A씨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건물을 나서니 들어올 땐 안 보이던 게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며 "분당 한가운데 으리으리한 건물 사이 어쩐지 초라한 신혼부부 한 쌍, 괜히 멋쩍게 느껴지길래 큰맘 먹고 아내 손 잡고 백화점으로 향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름 있는 좋은 향수 하나, 비싼 밥 한 끼 먹고 귀가하니 이제야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객관적으로 보면 하면 안 되는 소비였지만 조금 오바하더라도 아내의 홀가분한 기분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이번 주 로또 1등 되길" "힘들게 시작하신 만큼 더 잘 살아라"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뭘 해도 극복하실 수 있는 좋은 사람 같다" 등의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