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선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A 조선사 임원이 한 말이다. 요즘 PC선 수주가 늘고 가격도 올라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B 석유화학사 임원에게 이 얘기를 전했더니 불황 탓에 그렇지 않아도 밝지 않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수요는 정체된 반면 중국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차 리스크는 1차 리스크가 한창인 가운데 업계에서 간간이 언급돼 왔다. 중국이 자급 체계 구축을 넘어 석유화학제품 순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미 합성수지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는 중국산이 한국에 역수출된다. 일부 제품은 순수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PC선 업황이 호조를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석유화학업계는 부랴부랴 생존전략을 짠다. 하지만, 대책 마련을 위한 타이밍을 놓쳤다. 중국이 70%에 미치지 못한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을 100%로 올린다는 목표를 공언한 건 10년 전이다. 이미 오래전 예견된 위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업계는 지난 10년간 오히려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설비 증설에 나섰다. 대응 시점도 늦은데다 현재 구상중인 생존전략도 사안의 심각성에 비하면 뜨뜻미지근한 감이 있다. 고부가 제품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는 한편으로 수익성 낮은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게 현재 업계의 대책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 앞에서 늦은 만큼 속도를 내야 하는 시기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NCC 등 고정비가 큰 설비 정리에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 NCC 재편에 대한 언급이 나온 건 지난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 그러는 사이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을 실은 배가 우리의 시장을 장악할 때가 시시각각 다가온다. 1차 리스크에 이어 2차 리스크가 덮치도록 구체적인 액션을 하지 못하는 건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