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아닌 내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짓는 '선재 업고 튀어'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4.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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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 떠오른다는 논란에 직접 찾아 보니 "아니잖아~"

사진=tvN사진=tvN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단체, 사건, 의학 용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언젠가부터 드라마 본 방송에 앞서 위와 같은 내용의 시청 주의 문구가 삽입됐다. 앞으로 펼쳐지는 내용은 모두 작가의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가상 인물)이니 현실과 혼돈하지 말아 달라는 설명이자 부탁이다. ‘대체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과 헷갈리는 사람이 어디있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창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런 일은 발생하곤 한다. 지난주 막을 올린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극본 이시은, 연출 윤종호 김태엽)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선재 업고 튀어’는 주인공 임솔(김혜윤)이 삶의 의지를 놓으려던 순간,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에 의해 살고자 하는 힘을 얻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저를 살게 해준 류선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그의 열성팬 임솔은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로 지난 8일 첫 방송됐다.

첫 방송을 앞두고 가수 샤이니의 일부 팬들은 ‘선재 업고 튀어’ 속 여러 부분에서 2017년 사망한 샤이니 멤버 종현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팬들은 ‘선재 업고 튀어’의 첫 방송 날짜가 종현의 생일인 4월 8일이며, 극 중 류선재의 사망 원인과 임솔의 회귀 시점이 원작과 달라진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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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CJ ENM 측은 ‘선재 업고 튀어’의 원작인 웹소설 ‘내일의 으뜸’의 설정을 짚고, 드라마로의 각색 과정에서 원작과 달리 임솔의 회귀를 2008년으로 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시대적 대비를 확실히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류선재의 데뷔는 2009년으로 샤이니와는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드라마의 첫 방송 날짜의 경우 기존 tvN 월화드라마 블록 편성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결정된 것일 뿐이라며, 의도적인 설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특정 인물이나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필자는 관심도 없던 이 드라마가 논란 탓에 궁금해졌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큰 궁금증이 생기진 않았던 ‘선재 업고 튀어’. 그래서 챙겨 보지 않았건만, 첫 방송 직후 더욱 뜨거워진 불판(‘선재 업고 튀어’가 故 종현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에 오히려 ‘그래? 대체 얼마나 연상시키나’ 들여다보게 됐단 말이다. 그렇게 의심의 눈초리로 뜯어본 첫 화는, 예상과는 달리 (필자의 눈엔)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응원봉을 들고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설레는 덕후(팬)의 모습, 콘서트장 앞에서 내가 1g더 좋아하는 멤버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째릿하고 눈초리가 사나워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덕후의 모습 등등 내 모습만 담겨있었달까.


이후엔 풋풋한 청춘 로맨스가 펼쳐졌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S대 의대를 향해 치열하게 돌진하던 예서에서 드라마 ‘어쩌다 만난 하루’를 통해 진짜 만화를 찢고 나온 듯 다양한 표정으로 매 순간 등장할 때마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혜윤이 10대부터 30대까지 넘나들며 연기 차력쇼를 보여줬다. 초반 등장한 임솔의 모습엔 삶의 의욕 따위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눈빛으로 눈물샘을 자극했고, 류선재의 열혈팬이자 30대 임솔일 때엔 콘서트 장에서의 내 모습이 저렇게 행복할까 싶게 생동감이 넘쳤다. 시간을 돌려 10대 임솔로 돌아갔을 땐 예서와는 또 다른 10대의 건강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류선재를 연기하는 변우석은 전작인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속 소시오패스 류시오 캐릭터는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다정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으로 임솔을 바라봐, 화면 너머의 시청자마저 빠져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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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4화까지 방송된 ‘선재 업고 튀어’에서 여전히 필자는 종현을 떠올리거나, 연결 지을 수 있는 어떤 내용도 찾지 못했다. 특정된 누군가가 연상되는 대신, 드라마의 내용처럼 단 한순간만이라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제는 마주 볼 수조차 없게 된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만 있다면, 혹은 잠시만이라도 그 누군가와 인사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이 남았다. 그렇게 가까웠던 사람부터 존재만으로도 그저 힘이 됐던 이의 얼굴까지 스쳐 지났다. 그 사이엔 노래로, 무대로, 한동안은 매일 밤 다정한 목소리로 하루의 끝에 찾아와줬던 종현도 있었다.

앞으로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원작을 기반해 전개된 내용으로 짐작해 보자면, 임솔이 시간을 넘나들며 류선재와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까. 현실은 드라마와 같지 않기에 이미 지나온 시간을 바꿀 수도 없고, 보고 싶은 이들을 다시 만나길 바라볼 수도 없다. 다만, 드라마가 보고 싶은 이들에게 우리의 말을 대신 전하고, 우리의 꿈을 대신 이뤄준다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계속 이렇게 웃어주라. 내가 옆에 있어 줄게. 힘들 때 외롭지 않게, 무서운 생각 안 나게, 그렇게 평생 있어 줄 테니까, 오래오래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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