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이오로직스, '돈 안된다'는 콜레라 백신 뚝심투자 빛본다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4.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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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유일 유니세프 공급업체…낮은 발병률·수익성에도 꾸준한 투자 지속
아프리카 중심 확산세 속 백신 부족 맞물리며 조명…규모의 경제 달성에 실적 우상향
내년 완제 생산량 올해 2배로…생산속도 특화된 '유비콜S' WHO-PQ 인증도

유바이오로직스, '돈 안된다'는 콜레라 백신 뚝심투자 빛본다


유바이오로직스 (13,390원 ▼370 -2.69%)의 콜레라 백신 뚝심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낮아진 발병률과 수익성에 경쟁자들이 속속 사업에서 손을 떼는 가운데도 제품 개량과 생산력 확대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최근 제3세계 콜레라 확산과 백신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유바이오로직스가 유니세프에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는 유일한 회사란 점이 부각되고 있단 평가다. 또 내년이면 생산량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나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16일 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상반기 콜레라 백신 원액 생산능력을 6600만도즈로 늘린데 이어, 내년부턴 8000만도즈의 완제 생산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말(원액 3300만도즈· 완제 4000도즈) 대비 각각 두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생산량 확대 배경은 2019년 건립한 2공장이다. 춘천에 위치한 2공장은 인근 1공장 대비 3배 가량 크고, 설계 단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cGMP) 품질 기준에 맞춰 지어졌다. 콜레라 외 수막구균과 장티푸스 백신 등 중장기 동력이 될 품목들까지 생산 가능한 시설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경구용 콜레라 백신으로 거둬들이는 기업이다. 아프리카 등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발병과 공공조달 백신 특성상 낮은 수익성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부각된다. 실제로 과거 다수 콜레라 백신 생산업체들이 존재했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잇따라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유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유니세프와 장기공급계약 체결 후 꾸준히 투자를 지속해 왔다. 지난 2022년 유일한 경쟁자였던 인도 샨타바이오텍까지 철수하면서 독점 공급업체가 됐다. 사업 지속성에 제품 개량도 이어지면서 기존 유리바이알 형태의 '유비콜'부터 플라스틱 제형의 '유비콜플러스', 생산성을 높인 '유비콜S'까지 총 3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유니세프가 유바이오로직스에 요청한 콜레라 백신 물량은 4933만도즈(1240억원 규모)로 지난해 회사 매출액(694억원)을 크게 웃돈다. 회사는 현재 부족한 생산력을 보완하기 위해 GC녹십자와 완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납품 물량 증가에 회사 실적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지난 2020년 28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694억원으로 늘었고, 3년간 지속됐던 적자도 끊어낸 상태다. 유니세프가 안정적 공급을 돕기 위해 지난해 공급가를 20% 가량 높인 점도 수익성에 힘을 보탰다.


2공장 가동에 올해 성장세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올해 유바이오로직스 연간실적이 매출액 1142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전년 대비 64.5%, 257.1%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2공장 완제 생산 체계가 안정화 되면 콜레라 백신 만으로 연간 1500억~2000억원 수준의 매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콜레라 유행 상황도 유바이오로직스 경쟁력에 힘을 싣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약 10만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된 가운데 백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만 해도 필요량은 7600만도즈였지만, 비축량은 3800만도즈에 불과했다.

유바이오로직스 완제 생산력이 내년 2배로 늘어나면 향후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유니세프가 하반기 내년도 납품 물량을 대상 업체에 요청하고, 월별 세부 물량을 확정해 콜레라 백신을 납품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유비콜S가 WHO-PQ(사전적격평가) 승인을 획득하면서 생산성 향상 기반도 확보했다. WHO-PQ 인증은 국제기구 조달물량 입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증이다. 유비콜S는 5가 백신인 유비콜·유비콜플러스와 달리 2가 백신이지만, 생산성을 40% 높여 신속한 공급에 특화시킨 품목이다.

신영희 유바이오로직스 생산1본부장은 "회사의 생산력이 얼마나 많은 지역으로 공급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데 2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전세계적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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