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 만난 한 반도체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자사 공장이 대부분 일본 미쓰비시의 장비를 쓴다면서 국산 장비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장비기업의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외국산 장비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아 반도체 자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말에는 반도체 업계의 오랜 고민이 묻어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장비 업계는 아직 뒤처져 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이 약 80%를 과점하고 있으며, 글로벌 10위 안에 우리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도 정작 반도체를 만드는 도구는 스스로 못 만드는 셈이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반도체 장비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다. 세메스와 원익IPS, 한미반도체 등이 분전 중이지만 ASML이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도쿄일렉트론에 못 미친다. 반도체 장비 자립화율은 20% 수준이며, 이마저도 대부분 저가 장비다. 첨단 공정에 쓰이는 EUV(노광장비) 장비 등은 경쟁력이 '0'에 가깝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국산 장비의 기술 수준이 올라온다면 언제든 받을 준비가 돼 있다. 공급 위험을 낮추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은 이들 기업이 원하는 바다. '메이드 인 코리아' 반도체 장비기업의 분전을 기대한다.
오진영 기자수첩 사진 /사진=오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