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전 폐수지(왼쪽)와 처리 후 폐수지(오른쪽) 비교. 연구팀은 방사성폐기물 속 방사성동위원소를 99% 분리해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가능 단계까지 실증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박환서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세계 최초·최대 용량의 중수로 폐수지를 처리하는 기술을 상용 규모로 실증했다고 15일 밝혔다.
폐수지에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일종인 탄소 -14가 들어있다. 방사능의 농도가 높은데다 양도 많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보관하는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전소 내 저장탱크에 따로 장기 보관해왔다.
이번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한 규모의 공정을 개발했다. 지난 2월 월성 원전 내 보관 중인 폐수지를 처리해 탄소-14의 99%를 분리해 회수했다. 냉장고 크기 정도의 마이크로파 조사(照射) 반응기를 발전소 내부에 설치한 뒤 폐수지 저장탱크에 있는 폐수지를 옮겨 마이크로파 반응기에 투입했다. 마이크로파를 쬐면 폐수지에 들어있던 탄소-14가 장치 내부에서 가스 형태로 바뀌는데, 이 가스를 연결된 흡착장치로 흘려보내면 흡착제가 탄소 -14를 회수한다. 남은 폐수지는 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돼 경주 처분장으로 보낸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조사 반응기 1대당 2시간에 100㎏의 탄소-14를 회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응기 총 2대를 가동하면 하루 최대 1톤(t)까지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책임연구원은 "원전에 저장된 폐수지 총 용량과 비교할 때 충분한 수준의 하루 처리량"이라며 "상용화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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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한 방사성동위원소는 그 자체로도 경제적 가치가 높다. 국내 산업에 활용하거나 외국으로 수출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탄소-14는 1회만 농축해도 의약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중수로 원전에 보관된 폐수지 내 탄소-14의 가치만 해도 1조원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원자력연은 "이번 실증은 안전성을 확인받고 인허가를 거쳐 사용한 폐수지를 상용 규모로 처리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성 원전과 같은 중수로를 운영하는 캐나다, 중국, 인도 등에서도 중수로 폐수지 처리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실험실 규모여서 아직 실증 단계까지 이른 국가가 없었다.
류재수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장은 "중수로 폐수지 처리기술은 방사성폐기물의 문제를 해소할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혁신적인 방사성폐기물처리 공정 기술과 관리기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산·학·연이 협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선광티엔에스,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