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ABS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NC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5-12로 패했다.
하지만 KBO가 각 구단에 한 대씩 지급한 태블릿 PC에는 이재학의 2구째가 스트라이크라는 결과가 들어와 있었다. 2개의 볼이 연속해 들어왔고 이재학의 5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중계화면과 전광판에는 2스트라이크 3볼로 나왔으나, ABS에 따르면 이재현은 5구째에 삼진을 당했어야 맞았다. 이를 확인한 NC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2구째 볼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인권 감독의 항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삼성 박진만 감독이 NC의 뒤늦은 이의제기에 제동을 걸었다. 볼카운트가 잘못된 걸 알았으면 즉시 어필해야 했다는 취지였다.
결론적으로 오심이었다. KBO 관계자는 14일 NC-삼성전이 끝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재학의 2구째 공은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ABS 진행 요원도 해당 판정을 스트라이크로 들었다고 했다. '심판에게만 스트라이크라는 말이 볼로 전달될 수 있냐'는 물음에 ABS 시스템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그런 오류가 날 확률은 너무 낮다고 했다. 우리(KBO)도 ABS의 시스템상 오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해당 건은 심판들의 경위서를 받아 KBO가 조사 중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콜을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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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맨 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NC 측의 ABS 관련 항의에 재차 어필하고 있다.
오석환 KBO 심판 위원장, KBO에 모두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다만 지연 시간에 대해서는 말이 조금씩 달랐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ABS 최초 도입 시 약 10초 이상의 지연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시간을 단축했고 오석환 심판 위원장은 ABS 결과가 태블릿 PC에 뜨기까지 대략 4~5초가 걸린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장 상황과 기기에 따라 시차가 여전히 있었다. KBO 구단 관계자 A는 "이미 시범경기 때 ABS 관계자의 태블릿 PC와 구단에 지급된 태블릿 PC 사이에 결과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어 문의한 적이 있다. 그때 10초 정도 딜레이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정규 시즌에서도 1~2개 공을 던진 후에야 (한두 개 전) 공에 대한 결과가 찍힌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도 "시범 경기 때는 결과가 들어오는 것이 많이 늦었다. 당시 ABS 관계자는 빠르게 개선한다고 했고 실제로 정규 시즌에 들어서서 빨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 결과가 늦게 들어올 때가 있었다. 체감상 한 20초 정도 걸렸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인터넷 연결 환경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각 구단에 지급된 태블릿 PC는 LTE(Long Term Evolution)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모델이다. 와이파이로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으나, 와이파이는 연결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 구단들은 LTE를 통해 셀룰러 데이터로 정보를 받는 걸 선호한다. 문제는 LTE조차 날씨,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종종 레이턴시(Latency·지연 시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KBO 구단 관계자 B는 "4~5초는 이상적인 상황일 때의 이야기다. 시범 경기 때보다 빨라진 건 맞지만, LTE든 와이파이든 사람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레이턴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판들이 14일 대구 삼성-NC전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ABS 관련 NC 측의 항의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더욱이 현장에서는 이번 일이 아니어도 ABS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상태다. 구장마다 ABS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비로 인한 그라운드의 지형 변화 등으로 날씨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도 조금씩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탓에 구장별로 스트라이크 존을 다르게 설정해 접근하는 구단도 생겨났다.
롯데 김태형 감독의 경우 직접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사례다. 13일 고척서 열린 키움-롯데전에서 ABS 판정 결과를 두고 어필에 나섰던 김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ABS에 대해)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어떤 기준에서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심판들도 인정할 정도로 터무니 없는 걸로 경기력에 지장이 있으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심판들이 (스트라이크를) 판단하는 건 양쪽을 비교해서 어떤 건 아깝다 정도지 터무니 없는 판정을 한 건 아니었다"며 "로봇이 판단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개막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ABS 관련 논란도 '99.9% 판정 성공률'을 내세워 시스템상 허점이 없음을 자신했던 KBO로서도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다. 이번 일에 대해 KBO는 시스템상 문제보단 심판들의 인적 오류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에 더 초점을 맞춘 상태다. ABS 시스템과 ABS 관계자 모두 스트라이크로 인지한 상황에서 인이어를 통해 결과를 전달받고 판정을 내려야 할 주심과 3루심이 모두 놓쳤다.
또한 4심 합의 과정에서 이민호 심판이 "음성에는 볼로 나왔는데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가 찍혔다"며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것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중계방송에 노출됐다. 책임을 회피하는 의도로도 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KBO 관계자는 "ABS 오류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는데 (현장에) 볼로 전달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장에서 착각해 듣지 못한지는 모르겠으나,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 부분에 관해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받고 있고 엄중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 여러 상황을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이런 사례도 나왔다. 이번 일에 대해서도 전달 체계를 점검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매뉴얼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생각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