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전소니는 독립영화계의 주목받던 스타로서 지난 2017년 연예계에 데뷔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건 2019년 故 이선균과 호흡한 영화 '악질경찰'로, 이를 기점으로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는 쌍둥이 걸그룹 바니걸스 출신인 모친 고재숙을 닮은 고품격 미모와 기본기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통 멜로부터 판타지,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청춘월담', 영화 '소울메이트' 등에서 가슴 절절한 열연을 보여줬다.
전소니는 주인공 정수인으로 낙점되어 완전히 색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인간 정수인과 정체불명의 기생생물 하이디, 기묘한 공생을 하는 변종 캐릭터를 표현하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얼굴 한쪽만 변형되어 기생수의 촉수가 뻗어나간 강렬한 비주얼이 압권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에 '기생수'는 5일 공개 이후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등극,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당사자로서도 연상호 감독의 러브콜은 얼떨떨했다고. 전소니는 "저도 궁금해서 연상호 감독님에게 캐스팅 이유를 여쭤봤었다. 이전에 제 독립영화들을 보시고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하셨다더라. 어떤 작품으로 함께할지 몇 작품을 고민하다가 '기생수'를 만들기로 했을 때 이거면 저와 해도 좋겠다 싶어서 연락을 준 거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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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인과 하이디를 넘나든 1인 2역에 대해선 "너무 어려웠다"라며 귀여운 엄살을 부렸다. 전소니는 "하이디가 눈에 안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저는 상대 배우가 어떤 식으로 리액션 하는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배우라 더 힘들었다. 상대가 나니까,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 다 아니까 이거를 내가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되게 고민이었다. 나 혼자 장면을 주고받는다는 게 사실 너무 중압감이 들었다. 근데 또 이 직업이 좋은 게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고, 끝나면 다시 할 수 없다는 거다. 그게 저는 안심이 된다. 그날 내가 쏟은 최선이 지나간다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만약 계속 다시 해도 된다면 난 멈추지 못할 테니까. 기회는 오늘뿐이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집에 가서 잊어버리자 생각하며 임했다"라고 놀라운 열연의 비결을 엿보게 했다.
이어 전소니는 "수인은 하이디를 만나기 전엔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당장 죽을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수인은 그냥 모든 게 다 지쳐 있는 상태였다. 얘한테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 사소한 일들도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피곤하고 생기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기미 분장도 한 거다. 반면 하이디는 아름답고 징그럽길 바랐다. 근데 '기생수'에서 제가 본 하이디가 딱 그랬다. 엄청 기다렸는데, 보자마자 '얘구나' 싶었다. 하이디의 목소리 톤은 다른 기생생물도 등장하기에 비슷하게 표현했다. 대신에 최대한 낮은 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뜻을 따랐다"라고 차이점을 짚었다.
VFX(시각특수효과) 기술을 접목한 일명 '상모 돌리기' 액션을 시도한 소감도 밝혔다. 전소니는 "옆에 강우(구교환)는 멀쩡히 있는데, 저만 상모 돌리는 느낌으로 그러고 있으니까 너무 어색했다. 몸 쓰는 것에 관한 전문가이신 액션팀도 이런 동작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저한테 물어보실 정도였다. 솔직히 액션팀도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워하셨다. 근데 너무 강력한 부끄러움이라, 두세 번 정도 돌리고 나니까 바로 적응이 되었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찰떡 케미를 형성한 구교환에 대해선 "선배님은 표현이 귀여운 게 있으시다. '수인은 우리의 히어로다. 나는 사이드킥'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강우가 있어서 수인이 해낸 것처럼 저도 현장에 구교환 선배님이 있어서 그만큼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내 그는 "지금은 저희 '기생수'도 질문을 잘 던졌다고 보고 있다. 보시는 분들의 감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하이디가 수인과 가까워지는데 강우가 큰 역할을 한 그런 부분이 좋았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존재를 두고 가까워지는 거. 이 사회 안에서도 어쨌든 혼자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다른 사람을 통해 날 바라보고 같은 목표로 뭔가를 해보고 그러면서 깨달아간다는 게 사회 안에서 인간으로 사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웰메이드 작품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전소니는 '기생수' 출연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기생수'라는 작품이 저한테 확실히 특별하긴 할 거 같다. 수인과 하이디가 합쳐진 그런 인물은 어떤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기생수'가 욕심났고,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이 세상의 누군가한테는 이런 캐릭터로 기억이 된다는 사실에 무척 출연하고 싶었다. 비록 스토리이긴 하나 누군가를 구해주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라고 곱씹었다.
전소니는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넓은 범위를 만나는 작품을 한다는 게 매우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라서, 그걸로도 특별하게 기억될 거 같다. 모든 연기가 그렇긴 하지만 장르물 특유의 어디 가서 해볼 일 없을 색다른 경험을 했다. 쾌감이 있어서, 어려우면서도 약간 신났다. 어린 애들이 놀이공원 갈 때처럼 신나서 찍었던 거 같다"라고 '기생수'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끝으로 전소니는 "저를 궁금해하셨으면 좋겠고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그랬다. 모든 게 유한하니, 누군가의 기억 속에 어떤 캐릭터로 살아있으면 무척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