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믿는다" 떨리는 목소리…전공의 떠난지 두달, 서울대병원 가보니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4.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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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8주차를 맞이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전경./사진=구단비 기자전공의 이탈 8주차를 맞이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전경./사진=구단비 기자


"저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병원에서 안내하는 절차가 최선이라고 믿고 따르는 것 말곤 없는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선 (이탈한 전공의) 선생님을 찾아서 진료 좀 봐주시라 하고 싶죠. 그런데 그럴 수 없잖아요."(응급실 앞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A씨)

"믿는 거죠. 다음번 항암도 제시간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아플 때 진료받을 수 있을 거라고."(암센터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B씨)



"지금 돌아오면 이해받을 수 있어요. 국민들이 그동안 의사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하고 있거든요."(내과 앞에서 만난 환자 C씨)

전공의들이 지난 2월20일 일제히 병원을 이탈한 지 8주차를 맞이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료진을 믿고 인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을 전면 폐지를 조건으로 환자를 떠난 전공의는 여전히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전국 수련병원을 조사한 결과 올해 인턴 임용 등록도 지난 2일 기준 3068명 중 131명만 등록하는 데 그쳤다. 95.7%인 2937명이 상반기 인턴 수련을 포기한 것이다.

이날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 보호자 A씨는 "어제 환자인 어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검사는 바로 받을 수 있었지만, 입원 수속은 불가하다고 안내받았다"며 "연계되는 병원으로 옮겨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원래 여기서 진료받았었는데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최우선이라고 믿고 그나마 종합병원에라도 입원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암센터 로비에서 만난 20대 여성 보호자 B씨도 "어머니가 항암을 받고 있다"며 "항암이 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음번에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함을 느끼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중을 생각하면 걱정되지만 (아무 일 없을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과 앞에서 진료를 대기하던 70대 남성 환자 C씨는 전공의 미복귀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C씨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검진받기 위해 오늘도 병원을 찾았다"며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국민들은 전공의 편에 서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할 텐데 좀 더 늦어지면 면허취소 등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거의 두 달이 다 돼가고 있다 보니 다들 어쩔 수 없이 (현재 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며 "그래도 환자들은 불안하고 피해받은 상황을 외부로 이야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 대립이 계속 이어지는데 본인 사례가 이슈화되면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부나 의료계에 대한 기대감 없이 견디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2~3월 수술이 연기되거나 항암이 미뤄졌던 환자들은 이제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어 나름의 교통정리는 되는 듯하다"며 "환자들은 견디고 인내하면서 원망보단 감사와 안도를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이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만 근무하며 외래, 수술 등을 줄이기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환자 곁에 남아있는 의료진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충북대학교병원 등 일부 병원은 매주 금요일 또는 토요일 진료를 휴진하거나 신규 환자를 받는 것에 제한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평균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는 2만2304명으로 지난주 평균 대비 1.4% 증가했다. 지난 4일 기준 중증 응급환자는 지난주 평균 대비 0.9% 감소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집단행동이 8주 차에 접어들기까지 전공의의 공백을 감당하며, 환자의 곁을 지켜주고 계시는 의사, 간호사 등 현장의 의료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의료 이용의 불편을 감내해 주는 국민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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