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률 낮은 암, 치료법 적은 희귀질환…인권 위해 한국도 관심 가져야"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4.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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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드리 슈바이처(Audrey Schweitzer) 입센코리아 대표

오드리 슈바이처(Audrey Schweitzer) 입센코리아 대표오드리 슈바이처(Audrey Schweitzer) 입센코리아 대표


매년 4월 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보건의 날(World Health Day)'이다. 올해 세계 보건의 날의 주제인 '나의 건강, 나의 권리(My Health, My Right)'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든다.

현재는 한국에서 살지만 과거 아프리카·유럽·중남미·아시아 등 여러 대륙을 걸쳐 살면서,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경험하고 목격해왔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임산부 여성들이 겪는 비참한 차별을 목격하며, 세계적 NGO(비정부 기구)와 함께 여성들의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는 공공캠페인과 파트너십을 진행하기도 했다.



WHO가 얘기하는 '건강의 권리'는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특히 저개발 국가에서 강력하게 요구되는 '매우 기본적인 인권'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러한 인권은 필수자원에 대한 접근을 포함한다. △안전한 식수 △깨끗한 공기 △균형 잡힌 영양 △괜찮은 주거환경 △안전한 일터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교육·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등이 그것이다.

물론 한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의 매우 발전한 나라이자 앞서 열거한 '건강의 권리'가 비교적 견고한 체계를 갖추고 잘 보장되는 나라다. 그런데도 '인권' 측면에서 긴급한 관심과 개선이 필요한 영역도 분명히 있다.



일례로, 암과 싸우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단순히 '암 환자'라는 총칭으로는 환자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진단·치료법을 접근할 때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암 환자에 대한 간병·돌봄 등 가족의 부담도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암이라도 '발병률이 낮은 종류의 암'에 대해선 선택할 치료법이 훨씬 줄어드는데, 이는 긴급한 '인권'의 문제로까지 생각된다. 이에 대한 한국의 고민·행동이 필요하다.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희귀질환에 대해선 '인권'의 경각심이 더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의 95%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으며, 희귀질환에 들어가는 연구·개발 노력은 일반 질환보다 압도적으로 적다. 질환이 상대적으로 '희귀하다'는 이유로 환자 한 명, 한 명의 생명·권리를 간과한다면 도덕적으로 정당할 수 있을까?

중증 난치질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세계 보건의 날'은 이런 건강 격차와 관련해 한국 사회를 면밀히 되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또 다른 경종을 울린다.


이번 '세계 보건의 날'이 한국에서 의료분야에서의 포용성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재확인한 계기였으면 한다. 개인의 고유한 건강과 행복에 대한 권리가 어떤 경우에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해 '나의 건강, 나의 권리'가 모두를 위한 진정한 보편적 원칙이 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오드리 슈바이처(Audrey Schweitzer) 입센코리아 대표는…
프랑스 폴리테크니스소피아(Polytech Nice Sophia)대학에서 약리학(pharmacology) 석사를, 프랑스 ESSEC(Ecole superieure des sciences economiques et commerciales)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약업계에서 20여년간 마케팅 및 해외시장 진출 업무를 담당했다. 2011년 항암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입센(Ipsen)에 입사해 항암제 글로벌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해오다 2021년 입센코리아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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