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만남" "의대생 패싱"…윤대통령 만난 이후 전공의들 '파열음'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4.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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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4.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4.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병원을 떠나 7주째 침묵해온 전공의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고 온 전공의 단체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성명서가 오가는가 하면, 사전에 의대생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밀실 만남'이었다며 '의대생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이유로 '흩어진' 젊은 의사들의 단체를 하나로 모으고, 내친김에 선배 의사들 단체도 일원화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7일 의사들에 따르면 현재 경력에 따라 다양한 의사 단체를 '원로의사평의회'와 '젊은의사평의회'로 이원화해 '통일된'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원로의사평의회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사협회로 속칭 '올드보이(OB)'를 포함하고, 젊은의사평의회엔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임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 '영보이(YB)'로 꾸리자는 구체적인 밑그림까지 나왔다는 것.



이는 '의사 집단에서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대표성 있는 의사단체와의 일원화한 대화를 촉구해왔다. 앞서 지난 2일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중수본 브리핑에서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을 접고,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의료계 내 통일된 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기습적으로 만나 두 시간 넘게 대화한 데 대해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성명서를 통해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 비대위와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비상대책위원회 12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류옥 씨는 "젊은 의사 다수의 여론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의 백지화, 복지부 장·차관 경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수가와 사법 리스크 해결 등에 대해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직 테이블에 앉을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대전성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4.02.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대전성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4.02.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그러면서 류옥 씨는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4일)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백년지계다. 선거마다, 정권마다 호떡 뒤집듯 할 일이 아니"라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 밖에도 일부 전공의는 '독단적이고 총선에 명분만 줬다'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탄핵하자는 움직임도 보이며 그를 '내부의 적'이라 몰아세우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한 줄짜리 메시지를 올렸다.

심지어 박단 비대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성명서가 전공의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서울아산병원의 사직 전공의라고 소개한 B씨는 5일 성명서에서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대표 행세를 중단하고, 일련의 일들(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B씨는 "본인이 '희생하고 있다' 혹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면서 "그동안 수고하셨다. 앞으로는 수고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과 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 과정에서 자신들이 '패싱' 당했다는 분위기도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박단 비대위원장을 응원하는 선배 의사들의 목소리도 적잖다. 해당 단체 대화방에선 "어려운 형국에 욕먹을 각오로 움직였을 박단 선생을 응원한다" "난세에는 정답이 없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약간 다르게 움직여도 비난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 "박단 선생 외의 대안이 있을까? 그것이 더 걱정" "난 그 나이 때 그렇게 용감하지 못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글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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