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3배로 뛴 '악성 미분양'…10년 만에 꺼낸 이 카드 통할까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조성준 기자 2024.04.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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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방식을 활용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원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사진은 전국 미분양 주택 추이/그래픽=김다나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방식을 활용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원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사진은 전국 미분양 주택 추이/그래픽=김다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방식을 활용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원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오는 8일 열리는 업계 대상 설명회에 대한 관심도 벌써 뜨겁다. 당초 한국리츠협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장소를 금융투자협회로 옮긴 것도 설명회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한 조치다.

특히 급증하는 지방 미분양 단지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꺼내든 CR(기업구조조정)리츠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사다. 10년 전 CR리츠가 건설사의 숨통을 다소 틔웠지만 이번 지방 악성 미분양 해소에는 정부 지원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8일 오후 2시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국토부, 부동산원,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CR리츠·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 관련 설명회를 연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공모 방법, 사업절차 등을 안내하고 이날부터 30일까지 수요조사를 받아 리츠 인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기관 등도 관심이 많아 기존에 한국리츠협회에서 장소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악성 미분양 3년 전 대비 3배 이상↑… CR리츠 해결책 될까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874가구로 3년 전(1만9005호)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1만1867호로, 이 중 지방 물량이 80%를 차지한다.

국토부는 미분양이 더 증가할 경우 신규 착공 지연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10년 만에 CR리츠를 꺼내 들었다. CR리츠 활용법은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시공사, 신탁사 등이 FI(재무적투자자) 선순위 투자 등을 받아 CR리츠를 구성해 미분양 주택을 임대 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본 PF대출을 상환하고 임대주택을 운영하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분양하면 나머지 사업비를 회수할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CR리츠 활성화를 위해 세제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한해 취득세 중과 배제,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기로 했다.

CR리츠는 2009년과 2014년 정부가 두 차례 활용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년 CR리츠(우투하우징·우투신영하우징·FN뉴하우징 등)가 대구, 천안, 진주 등 미분양 가구 2163호를 매입해 2~4년 임대 운영하다 모두 매각했다. 2014년에도 시공사 대림이 530가구를 리츠에 매각해 3년간 운영하고 청산했다.

CR리츠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분석에 의하면 2009년 미분양주택이 있는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는 CR리츠 실행 전 최소 30% 이상 손실상황에 놓여있었지만 10% 내외로 손실액이 줄었다. 대출금융기관은 원금과 약정이자를 모두 회수했고 투자자 역시 연평균 6% 내외 이익을 얻었다. 금융위기 직후 시행됐던 미분양 리츠가 참여자 모두에게 윈윈(Win-Win) 전략이었단 얘기다.

정부 지원책 소극적 비판도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다만 일각에서 우려도 제기한다. 실제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정부 통계치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도 있고 수요가 없는 지방 악성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엔 CR리츠가 한계가 있을 거란 의견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역시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다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가능한 많은 부분을 수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정부 지원책이 다소 소극적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최덕철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9년과 달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의 매입 확약이 없는 점이 아쉽다"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재무적인 위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공기관의 신용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과거 금융위기 때는 수도권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지방은 3개월 잠깐 하락세를 보이다 상승했다"면서 "반면 지금은 수도권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악성 미분양이 많은) 지방 등 전체 부동산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몰라 신용보강이나 재원 조달 리스크를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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