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국산신약 美 진출…'첫 항암제부터 빅팜과 합작까지'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4.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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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휴젤 '레티보' 가세로 열 번째 FDA 허가 국산신약 탄생…연내 최대 3개 품목 배출 가능
HLB·유한양행 항암신약 허가 연내 결정…최초의 국산 항암신약 탄생 여부에 관심

진화하는 국산신약 美 진출…'첫 항암제부터 빅팜과 합작까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승인이 기대되는 품목이 3개에 이르는 등 어느 해보다 국산신약의 미국 진출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중에는 항암신약도 있어 승인 신약의 적응증도 다양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일부 기업은 글로벌제약사와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진일보 했다는 평가도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기대되는 품목은 총 3개다. 1분기 휴젤 (211,500원 ▼9,500 -4.30%) 보툴리눔톡신 '레티보'가 미간주름을 적응증으로 포문을 연데 이어 5월 HLB (111,200원 ▲1,800 +1.65%) '리보세라닙'과 하반기 유한양행 (72,400원 ▼500 -0.69%)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이 각각 간암과 폐암을 대상으로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리보세라닙과 레이저티닙 중 1개 품목만 허가를 얻어도 국산신약은 미국에서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한 최초의 국산 항암신약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LG화학이 항생제 '팩티브'로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FDA 신약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까지 FDA 신약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총 9개다. 적응증 역시 혈우병과 수면장애, 뇌전증, 호중구감소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부터 자가면역질환과 주름개선까지 영역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연초 레티보가 가세하면서 허가 품목이 두 자릿수대에 진입했지만, 항암신약은 전무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이 오는 2028년까지 연 평균 11.8%씩 성장해 4400억달러(약 593조원)에 이를 전망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과였다.

때문에 동시에 2개 국산 항암제 미국 허가가 가능한 올해 성과에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특히 두 품목 모두 최근 항암 치료분야 주류로 자리잡은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노린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전망은 우호적이다. 리보세라닙의 경우 최근 FDA와의 허가 전 마지막 미팅에서 별도의 보완사항이 제기되지 않았고, 레이저티닙 역시 지난 2월 임상을 주도 중인 존슨앤드존슨(J&J)의 우선심사 신청이 받아 들여졌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신약은 아직 정복되지 않은 질환 특성상 개발 성공시 초대형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기술력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며 "향후 허가에 도전하는 국산 신약들이 'FDA 허가 항암신약을 배출한 국가' 출신이라는 배경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단순 시장 규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적응증 더 넓히고 빅파마와 어깨 나란히…기술력 입지 '한 단계 진화' 평가 목전
올해 주목되는 국산신약 성과가 허가 품목수와 항암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직 국산신약이 공략하지 못한 신규 적응증을 타깃하는 신약 후보와 자체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제약사 대형 매출 품목의 허가용 임상 결과 도출도 앞두고 있다.

알테오젠 (176,900원 ▲400 +0.23%)은 MSD(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개발 성공 여부가 확인될 전망이다. 머크는 지난 2020년 알테오젠으로부터 도입한 SC제형변경 플랫폼 기술로 키트루다SC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머크가 지난해 매출액 26조원에 달하는 키트루다를 SC제형으로 개발해 빠르게 비중 이동을 목표하고 있어, 개발 성공에 따른 로열티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

한올바이오파마 (36,100원 ▲750 +2.12%)HK이노엔 (38,750원 ▼500 -1.27%)은 국산신약으로는 첫 도전하는 적응증 공략에 나선다. 물리적으로 연내 허가 획득까진 어렵겠지만, 내년 성과에 기대감이 연내 기업가치 동력으로 지속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하반기 중증근무력증(MG) 치료제로 개발 중인 '바토클리맙'의 3상 탑라인(주요 지표) 확보가 예상된다. 지난 2017년 기술이전 받은 현지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진행 중인 임상으로 탑라인 도출 후 품목허가 신청을 목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K이노엔은 연내 '케이캡'의 비미란성 역류성식도염 미국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주류였던 PPI 계열의 특정 복용시점 한계 등을 극복한 P-CAB 계열 품목이다. 국내선 2019년 출시 이후 빠르게 연매출 1000억원대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기술이전 또는 완제품 수출 형태로 35개국에 진출했고, 출시 역시 6개국에서 완료돼 검증된 품목이라는 점이 허가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올해 성공적인 3상 결과 도출시 이르면 내년 말 미국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작년 말 출시된 경쟁 제품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재 후 처방량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현지 P-CAB 시장 잠재력 확인했다"며 "특히 올해 TV 광고 등을 통해 현지 P-CAB 계열 인지도 개선이 시도되고 있어 후발 주자인 케이캡도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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