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개 고등검찰청 평균 직접경정(수사)률 지난 10년 추이/그래픽=이지혜
#2. 지난해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소를 당했던 C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고 마음을 놓았다가 상대측 항고로 재수사명령이 떨어지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고소당한 것 자체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던 터에 '또 검사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재수사가 결정된 뒤로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검찰은 감감무소식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조계에서도 고검의 느슨한 수사 행태가 최근 검찰 핵심과제로 꼽히는 수사지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수사의 2심'을 담당하는 고검의 직접수사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검찰 전반의 수사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검이 재수사 사건을 무작정 지검으로 내려보내기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고검에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10개 중 9개를 다시 지검으로 내려보냈다는 의미다.
검찰의 수사 구조를 살펴보면 일선 지검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 처분할 경우 고소·고발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소·고발인이 항고하면 고검 검사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불기소처분이 맞다'고 판단해 기각하거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수사를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재수사가 결정되면 고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린 지검에 다시 사건을 수사하라고 돌려보내거나 직접 수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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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에서 재수사 사건을 지검으로 보내면 일선 지검에선 업무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사건이 쌓이는 만큼 처리기간이 늘고 사건 당사자들이 마음을 졸여야 할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재수사 명령이 떨어져 지검으로 돌아오는 사건은 내용 자체가 복잡한 경우가 많은 데다 사건을 재배당하고 새 주임검사가 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미 기록검토까지 마친 고검 검사가 직접수사하는 경우에 비해 처리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수사 사건의 여파가 다른 사건 처리에도 미친다는 점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경찰에서 송치되는 사건도 많은데 고검까지 재수사 명령을 내리면 사건이 쌓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며 "현재의 지검 검사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지연의 부담은 고스란히 사건 당사자,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검찰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검의 직접수사율을 높이는 방안을 두고 2~3년 전부터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다. 서울고검이 2021년 '국민중심 검찰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형사부에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4개 수사팀을 구성했지만 한시 운영으로 그쳤다. 현재 서울고검에도 직접수사만 담당하는 팀은 없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열고 수사지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검 검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15년차 이상의 베테랑 고검 검사들이 직접수사 비중을 늘린다면 검찰 전반의 수사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