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세계화' 쉽지 않네...우형, 일본 이어 베트남 법인도 철수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2024.04.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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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트남 현지 사업 철수
일본 이어 해외 진출 법인 청산
수백억원의 지속된 적자 때문

'배민 세계화' 쉽지 않네...우형, 일본 이어 베트남 법인도 철수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글로벌 진출이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 일본 법인 청산에 이어 지난해 베트남 사업까지 철수를 결정하면서다. 수년간 고질적인 적자가 이어지면서 실적 손실을 줄이고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야심차게 도전한 세계화 전략도 현지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2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비상장' 감사보고서와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법인인 '우아브라더스 베트남'과 'WBV리테일'의 사업을 완전 종료했다. 현재 법인 청산 절자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완료된다. 두 법인은 우아한형제들 해외투자 자회사인 '우아브라더스 아시아 홀딩스'(싱가포르 소재)의 종속기업이다.



우아브라더스 베트남은 음식 주문 플랫폼 제공 및 배달 대행업을 하는 법인이다. 2019년 배달앱 '베트남MM'을 인수하며 진출했다. 하지만 '그랩' '쇼피푸드' 등 현지 플랫폼 벽을 넘지 못하고 5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은 배달앱 경쟁이 워낙 치열한 시장"이라며 "한때 현지에서 2위까지 올랐지만 쟁쟁한 현지 플랫폼에 밀려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아브라더스 베트남과 함께 사업을 철수하는 WBV레테일은 현지 유통서비스업 법인이다. 우아브라더스 베트남이 갖고 있지 않은 리테일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소매 유통업 등을 했다. 이를 통해 배민은 밀키트 배달과 장보기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차별화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현지 시장을 사로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치열한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베트남 법인 철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우아브라더스 베트남은 법인 설립 첫해인 2019년 연간 2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데 이어 2020년 722억원, 2021년 829억원으로 순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721억원, 5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일본 법인인 '우아브라더스 재팬'도 지난해 완전 청산했다. 2전 3기에 도전했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라인과 손잡고 일본에 배달앱을 출시했지만, 일본 배달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 1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2020년 '푸드네코'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우아브라더스 재팬 청산 절차를 시작해 지난해 완료했다.

이 와중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에 IT(정보기술)서비스업 법인인 'WBV 테크놀로지'를 신규 설립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WBV 테크놀로지는 베트남의 좋은 개발자를 확보해 한국 사업에 필요한 IT 용역 일부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배민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차별화된 솔루션 및 플랫폼 기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내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해외 공략에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단순 솔루션 제공이 아닌, 현지화를 통한 기술력과 전략으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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