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대면 싸네" 분양받았는데 7억 내라고?…분양가 착시 아파트값, 왜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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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원도 안되는 줄 알고 분양을 받았는데, 옵션을 고르다보니 7억원에 육박하더라"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에 건설중인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주상복합 아파트의 한 수분양자의 말이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6억원을 넘지 않아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5억8200만원~5억9900만원으로 신축 아파트 '국평'을 매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입주자모집공고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필요한 옵션들을 추가하다보면 최대 1억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최근들어 사실상 '기본옵션'으로 여겨지는 발코니 확장비가 3600만~3800만원이다.



시스템 에어컨 옵션비용은 적어도 462만원, 많게는 964만원에 달한다.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공기청정기능까지 넣으면 최고가격이 돼버린다.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인근 '대구 범어 아이파크'가 최근 입주자모집공고문을 냈는데, 비슷한 사양의 에어컨 가격이 406만원에서 681만원으로 책정됐다. 최대 300만원 가까이 차이나는 금액이다. 발코니 확장비용은 무상이다.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배관비용 등 관련 건설비용까지 포함된 옵션금액으로 봐야 한다"며 "인근 아파트는 배관 설치비를 일반 분양가에 포함시키면 에어컨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입주자들까지 모두 1/n로 나눠내는 시스템이라 에어컨 옵션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수분양자가 인덕션과 오븐, 식기세척기, 냉장고, 냉동고, 김치냉장고 등 가전과 가구, 마감재 등에서 옵션을 선택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면 최고 9684만원이 추가된다. 6억원인줄 알았던 아파트가 7억원이 되는 과정이다.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비용은 시공사가 재량껏 책정한다. '고무줄 옵션값'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비용이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분양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눈에 들어나는 분양가 금액을 조금이라도 낮춰보려는 심산이다. 수요자 입장에선 분양가로든, 옵션 비용으로든 내게 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최근 '무순위 줍줍'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던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132㎡ 확장비는 7220만원에 달했다. '광주 화정 골드클래스 2차'는 분양 당시 발코니 확장비를 1억원으로 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발코니 확장비를 '무상'으로 내건 단지 수도 상당하다. 말 그대로 '고무줄 가격'이고 수분양자 입장에선 '조삼모사', 어떻게든 내야할 돈이라는 의미다.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 비용은 분양가에 명시되지 않는다. 사실상 7억원인 아파트를 6억원으로 인식하게 한다. 한 수분양자는 "발코니 확장은 선택하지 않을수도 없고, 옵션 설치를 직접하려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많다"며 "전세입자를 제때 구하려면 최고급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예기치 못한 지출이 크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발코니 확장비나 옵션 비용을 정하면 공고 전 지자체의 승인을 받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지수 등을 고려해 확장 비용을 산정하는 것으로 다른 현장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시공사 마음대로 고가로 책정하거나 그런 부분은 없다"고 했다. 이어 "확장비도 인근 현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재비나 인건비 인상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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