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일등기업" 집념의 CEO 조석래…효성 캐시카우 키웠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3.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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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조석래(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효성그룹 회장이 중국 청도 스틸코드(타이어 보강 소재) 공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05년 조석래(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효성그룹 회장이 중국 청도 스틸코드(타이어 보강 소재) 공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준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일등기업으로 달려가야 한다."

29일 세상을 떠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16년 효성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말이다.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 '기술 중심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겼던 조 명예회장의 스타일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그는 "모든 사업부서는 R&D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한 차원 높은 생산기술 개발에 힘써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의 제조기술에 미래기술을 접목해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전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과 소재를 개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조 명예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기술형 CEO였다. 와세다대 이공학부에서 학사를, 미 일리노이공과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정통 공학도의 DNA를 효성그룹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1년 국내 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현재 효성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스판덱스, 타이어코드는 모두 조 명예회장의 '기술 집념'이 만든 산물이다. 특히 스판덱스의 경우 조 명예회장이 1989년 직접 지시를 해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독자적인 스판덱스 제작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2000년대 효성그룹의 상승세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효성이 만든 '쫄쫄이' 스판덱스는 그룹의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했다. 사내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품 대비 고품질의 스판덱스 제작 기술 확보에 나섰던 것의 과실이다. 현재 효성티앤씨가 만들고 있는 스판덱스는 13년 동안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명실상부 글로벌 1위다. 최근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고기능성 스판덱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타이어코드 역시 마찬가지다. 효성은 1968년에는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1978년에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두 국내 최초의 성과였다. 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 48%로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섞은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사업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탄소섬유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의 지시에 따라 효성그룹은 2006년부터 탄소섬유의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톤 수준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IMF 이후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국면을 보였었지만, 조 명예회장의 '기술 중심 경영' 덕에 효성그룹은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아들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끌어가는 시대에도 기술 중심 경영철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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