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큰 화면)이 20일 주주총회가 끝난 후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삼성전자 주요 부문 경영진들과 함께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꼭 20년전의 일이다. 2004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당시 윤종용 CEO(부회장)에게 몇시간째 끈질기게 공격적인 질의를 해오던 당시 참여연대 관계자에게 화를 누르지 못한 그가 던진 말이다. 당시 윤 부회장에게 끈질기게 질문했던 이들은 이후 정치권에 진출해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요직을 지냈다.
당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의 주주총회장은 시민단체들의 경연장이었다. IMF 직후인 1998년에는 13시간 30분이라는 삼성전자 주총이래 최장시간 진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이듬해에도 8시간 가량 주총을 진행하는 등 윤 부회장은 그 후 몇년 동안 참여연대 등과 거칠게 부딪혔다.
29일 상장(코넥스 포함) 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2675개사 대부분이 주총을 끝냈다. 여전히 일부 기업에서는 파행을 겪기도 했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회사의 성장을 소개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경계현 DS부문 대표(사장)는 주주와의 대화를 앞두고 DS부문의 전략발표 내용과 질의응답을 꼼꼼히 준비하면서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총이 끝난 직후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박학규 경영지원실 사장은 기자에게 "전반적으로 주총이 잘 마무리된 것 같지 않느냐"며 반응을 묻기도 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해 12시가 조금 넘는 시간까지 3시간 가량 주주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데 힘을 쏟았다.
20년 전 거칠었던 시기와는 사뭇 달라진 주주총회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삼성전자나 주주 모두 건설적으로 변화해 온 영향이 컸다. 또 각 사업부문 책임자들이 단상에 일렬로 앉아 주주들의 질문에 돌아가면서 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삼성전자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현대차 주주총회장 입구/사진제공=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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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도 주주총회장 입구에 미래먹거리인 보스톤다이나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법인 슈퍼널의 차세대 기체 'S-A2' 축소 모델을 전시하는 등 주주들에게 회사의 미래를 적극 어필하는데 힘을 쏟았다.
이제 주주총회장은 과거 주총꾼은 사라지고 주주들이 모여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선진화된 우리 기업들의 주주총회 모습이 미래를 밝게 열어가는 새로운 시발점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