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친미 배신자 된 '중국의 물'…작년 불안한 실적 축포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3.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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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아들 美국적 드러나며 불매운동 직면한 농푸산취엔, 작년 순익 42% 급증

불매운동이 한창 불거질 당시 중국 온라인에는 농푸산취엔 생수를 버리는 영상이 속속 게시됐다./사진=바이두 캡쳐불매운동이 한창 불거질 당시 중국 온라인에는 농푸산취엔 생수를 버리는 영상이 속속 게시됐다./사진=바이두 캡쳐


한때 '중국인의 물'에서 친미 배신자로 낙인찍힌 중국 대표 생수브랜드 농푸산취엔(농부산천·農夫山泉)이 지난해 대폭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불매운동에 직면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차이신 등 현지 경제매체에 따르면 농푸산취엔의 지난해 순이익은 120억7900만위안(약 2조2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2%나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26억6700만위안(약 7조9237억원)으로 28.4% 늘었다.



속단은 이르지만 농푸산취엔의 실적 호조가 올해도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농푸산취엔은 중국 내에서 지난 1996년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불매운동에 직면해 있다. 3월 들어 제품 판매량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이자 불매운동 핵심 품목인 생수제품의 경우 매출이 80% 이상 폭락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농푸산취엔 주가는 지난 2월 말 이후 5영업일에 걸쳐 5.78%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월 들어서도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고 전날인 27일도 하락 마감했다. 현지에선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4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불매운동은 뜻밖에 경쟁사 창업주의 별세가 발단이 됐다. 지난달 25일 경쟁음료업체인 와하하 창업주이자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던 중칭허우가 별세했다. 그러자 초창기부터 중국 음료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여 온 두 기업의 역사가 재조명됐고, 이 과정에서 농푸산취엔 창업자 종수이수이(중산산)의 아들이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 인플루언서 격인 왕훙들이 애국주의에 편승, 농푸산취엔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여론에 불이 붙었다. 한 번 인민들의 눈밖에 난 농푸산취엔은 그야말로 탈탈 털렸다. 생수병의 빨간 뚜껑 등 음료수 포장 도안이 일본풍이라는 점까지 문제가 됐다.

불매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농푸산취엔 생수를 하수구에 쏟아버리는 영상이 속속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게재됐다. 농푸산취엔 음료를 매대에서 왜 치우지 않느냐며 가게 주인과 손님이 말다툼하는 영상도 화제가 됐다.


동네 북이 된 농푸산취엔의 잔혹사는 최근까지 계속된다. 농푸산취엔이 지난 2023년 말 간쑤성 대지진 당시 생수 2만4000병을 기부한 것과 관련해 "인색한 처사"라고 비난받았던 사례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환됐다. 농푸산취엔은 당시 "지역 재난프로토콜에 따랐을 뿐이며 추가로 20만병 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총 기부액수 등을 비교하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농푸산취엔이 올해 좋은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불매운동 고비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 농푸산취엔은 지난해 무설탕 차, 기능성 음료와 주스 등 비생수 음료 제품 비중을 상당폭 키웠지만 아직도 매출 절반이 생수 제품에서 발생한다. 생수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농푸산취엔 측은 재무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최근의 여론폭풍에 대응하고 있다"며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인 제품 개념을 고수하면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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