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전공의 국가책임제 추진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박미주 기자 2024.03.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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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직원에 서명을 마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오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직원에 서명을 마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필수의료 지원이 처음으로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된 것과 관련, "의료개혁을 위한 국가 재정 투자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는 의료개혁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의 첫 단추"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필수의료 분야 육성과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가 포함됐다며 의료계가 보건의료 정책 투자의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대화의 자리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내년 예산에 포함될 의료개혁 5대 핵심 재정사업은 △전공의 수련 집중 지원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어린이병원, 화상치료, 수지접합 등 필수의료 기능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 대폭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위한 보상 재원 확충(전공의 책임보험·공제 비용 50% 지원 등) △혁신형 보건의료 R&D(연구개발)에 대한 예산 지원 등이다.



성 실장은 "이러한 필수의료 5대 재정 사업 등 의료개혁을 든든히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의료 특별 회계를 신설, 안정적 재정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필수의료 재정 투자를 위한 구체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할 예정이고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지원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재정 지속가능성은 높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3일부터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제외하고 부모, 형제·자매 등은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 자격 도용을 막기 위해 오는 5월 20일부터 모든 의료기관에서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QR코드 방식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오는 7월부터는 연 365회를 초과해 외래 진료를 받는 과다 의료이용자의 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90%로 상향할 예정이다.


다만 의사들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2000명 의대 증원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산출한 '최소한'의 규모가 2000명이고 지금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도 약 10년 후에나 전문의가 배출되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출수도 줄일수도 없다는 인식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지난 3월20일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이 완료됐다"며 "2000명은 이미 배정 완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의미에서 전제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 행정처분 등이 현실화하면 총파업하겠다며 대응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가 연일 대화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법 위반에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하고 의료계와 내년 의료예산을 논의하겠다며 의사집단에 조건 없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협의 총파업'과 관련해 "그런 주장은 의사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법 위반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난 주말부터 대화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정부도 당과 유연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새 의협 회장으로 '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됐고 그가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파면이 대화의 기본 전제조건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인사 사항은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며 "의협도 이제 새로운 진용을 갖췄기 때문에 대화에 참여해서 함께 대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까운 것은 지금 교수님들도 그렇고 새로 구성된 의협의 집행부도 그렇고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대화의 전제조건들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의 본질을 생각하셔서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촉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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