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이른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4월 위기설에 대해 대통령실이 "전혀 가능성 없다"며 4월 위기설을 일축하자, 이번에는 업계에서 '5월 위기설'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사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건설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부동산 업계에서 나온 자조적인 말이다. 산업은행이 당초 4월 11일 예정이었던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 결의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해 5월로 넘긴 것도 위기설을 키운다.
이 사업장들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자금경색을 견디지 못하고 토지를 공매에 넘기는 PF 사업장이 늘고 있다. 브릿지론과 PF 대출을 연장하고 또 연장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 궁여지책으로 사업부지를 공매에 내놓지만 그마저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서 올해 들어 부동산 신탁사의 토지(대지) 매각이 700건 이상 진행됐지만, 낙찰건수는 1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률이 1%대에 머문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최근 '2024 크레디트(신용) 이슈 세미나'에서 발표한 '건설업계의 유동성 대응력과 잠재 부실 스트레스 테스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신평이 신용등급 평가를 내렸던 건설사 20곳의 PF 보증(연대보증·채무인수·자금보충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5.6% 늘었다. 미착공 브릿지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다.
사업별로 보면, 정비사업 PF 보증 규모가 2017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9000억원으로 4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도급사업 PF 보증은 9조5000억원에서 20조1000억원으로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시행사가 토지를 직접 매입하고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도급사업은 정비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큰데,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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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하락이 이어진다면 건설사들의 손실은 최대 8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신평은 예상했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줄어든 수주액을 고려하면 국내 건설사 매출은 올 하반기부터 주택사업 중심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건설사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황 부진에 대비해 유동성 대응력 등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