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PF? 4월 위기설 대신 '5월 위기설' 나오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03.27 15:49
글자크기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이른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에 이른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설이 나온다. 태영건설 (2,310원 ▲10 +0.43%)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이 있던 지난 1월을 앞두고도 부동산 PF 돈줄이 막혀 시공사와 금융사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졌다. 이후 '큰 일' 없이 잠잠하자, 4월 총선 이후로 정부가 '칼'을 빼들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됐다.

4월 위기설에 대해 대통령실이 "전혀 가능성 없다"며 4월 위기설을 일축하자, 이번에는 업계에서 '5월 위기설'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그사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건설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부동산 업계에서 나온 자조적인 말이다. 산업은행이 당초 4월 11일 예정이었던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 결의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해 5월로 넘긴 것도 위기설을 키운다.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27일 PF 보증을 25조원에서 34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한 '정상 사업장'을 어떻게 해석할지 모호해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현장에 대한 지원책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브릿지론이나 PF 관련 자금지원이 절실한 곳은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공장, 산업단지 등 특수목적 부동산 사업장들인데 정부는 이에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사업장들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자금경색을 견디지 못하고 토지를 공매에 넘기는 PF 사업장이 늘고 있다. 브릿지론과 PF 대출을 연장하고 또 연장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 궁여지책으로 사업부지를 공매에 내놓지만 그마저도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서 올해 들어 부동산 신탁사의 토지(대지) 매각이 700건 이상 진행됐지만, 낙찰건수는 1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률이 1%대에 머문다.



토지를 '반값'에 내놔도 정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일반적으로 토지비가 건설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사업비의 10%를 5%로 줄여봤자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얘기다. 고금리가 여전하고 공사비도 2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금융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비를 낮춰봤자 사업수지를 감당할 수 없어 지금 사업장들이 다 멈춰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최근 '2024 크레디트(신용) 이슈 세미나'에서 발표한 '건설업계의 유동성 대응력과 잠재 부실 스트레스 테스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신평이 신용등급 평가를 내렸던 건설사 20곳의 PF 보증(연대보증·채무인수·자금보충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5.6% 늘었다. 미착공 브릿지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다.

사업별로 보면, 정비사업 PF 보증 규모가 2017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9000억원으로 4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도급사업 PF 보증은 9조5000억원에서 20조1000억원으로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시행사가 토지를 직접 매입하고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도급사업은 정비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큰데,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이 이어진다면 건설사들의 손실은 최대 8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신평은 예상했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줄어든 수주액을 고려하면 국내 건설사 매출은 올 하반기부터 주택사업 중심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건설사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황 부진에 대비해 유동성 대응력 등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