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는 사기"…미국 법원, 권도형 없이 재판 강행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3.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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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도형씨가 형기를 마치고 현지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뉴스1지난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도형씨가 형기를 마치고 현지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뉴스1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과 미국 중 어디로 송환될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에서 권씨에 대한 민사 재판이 진행됐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사 데번 스타렌은 이날 뉴욕주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서 "테라는 사기이자 사상누각(house of cards)이었다"며 "그게 무너지자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SEC는 권씨가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한국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차이(Chai)'에 사용됐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사용된 적이 없으며 홍보 내용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했다. SEC는 이같은 내용으로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2021년 11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권씨 측은 SEC의 이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하며 "SEC가 모든 암호화폐 회사를 불법으로 규정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권씨의 변호사 데이비드 패튼은 "권씨는 누구에게도 사기를 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창립한 회사와 자신이 한 말을 모두 믿었다"며 "실패가 사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씨와 테라폼랩스 측이 암호화폐 폭락을 막으려다 수십억 달러를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EC는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내부 고발자로 추정되는 두 명과 결제 앱 ' 차이'의 최고 제품 책임자의 증언을 통해 권씨측의 혐의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은 권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규제 당국에 의한 민사 소송이 진행될 경우 관련한 형사 사건의 기소 이후 재판이 진행되며 형사 사건의 경우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열릴 수 없다. SEC의 민사 사건을 심리 중인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권씨의 미국 송환 가능성을 고려해 재판 시작일을 두 달 연기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몬테네그로에서 권씨의 법적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뉴욕주 사법당국이 이례적으로 재판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권씨는 11개월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현지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23일 석방됐으나 송환국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곧바로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는 이곳에서 미국과 한국 중 어느 곳으로 송환될지 몬테네그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통보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권씨 측은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가중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형법은 여러 범죄를 저질러도 가장 무거운 죄에 내려질 형벌의 2분의 1까지만 가중 처벌해 최대 형량아 40년이다. 반면 미국은 여러 범죄에 각각의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따르고 있어 유기징역 상한선이 없어 100년 이상 징역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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