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지난해 3월 30일 '중견기업특별법'이 기권 1표를 제외한 국회의 폭넓은 공감에 바탕해 상시법으로 전환됐다. 기업의 성장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연결이자 흐름일 터인데, 당초 10년의 제한을 설정한 것부터 이해하기 힘든 노릇이다. 갈 길이 멀다.
최근 중견기업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중견기업인들은 차기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중견기업 직·간접 금융지원 강화(23.8%)'를 꼽았다. 절반에 가까운 49.1%의 기업이 금융 애로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돌아갈까 고민한다는 조사결과는 아찔하다. 전체 기업의 1.3%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13%,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중견기업이 흔들리면 우리 산업의 미래는 없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정책금융 지원마저 대폭 축소된다.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전문금융기관의 주된 고객은 중소기업이다. 중견기업의 정책자금 활용은 9.6%,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중견기업 지원 비중도 여전히 전체 여신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굳은살 박힌 손으로 악수하는 1세대 중견기업인들로서는 억울할 노릇이 아닐 수 없는데, 어찌됐든 멈추면 쓰러지지 않았겠냐고 그들은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지원방안'은 연초에 찾아 온 단비다. 신보의 보증지원 확대, P-CBO 발행지원 강화, 매출채권 유동화 확대, 5조원 규모의 중견기업 전용펀드 결성까지 망라됐다. 공직 생활 30년 동안 끊임없이 정책을 들여다 봤지만, 민간에서 느끼는 책무감은 사뭇 색다르다. 말석을 자청해 중견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숙고하며 보낸 일년 반이 보람 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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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일선 현장에서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고, 총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융이 먼저 움직였다. 미래 세대의 안정과 풍요를 책임질,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 인식과 규범의 확고한 기반이 구축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