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공격 5년새 9.6배…한국기업, 손쉬운 먹잇감 될라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4.03.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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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이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기업 방어권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연구에 따르면, 공격적 행동주의로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뿐 아니라 단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조사기관 딜리전트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 23개국에서 총 951개 회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2022년(875개사)과 2021년(773개사)보다 각각 8.7%, 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펀드 공격이 총 214건 발생, 전년도(184건)보다 1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미는 9.6% 증가한 반면, 유럽은 7.4% 감소했다.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기업은 2019년 8개사에서 2023년 77개사로 9.6배 급증했다.



김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료: 한경협,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연구용역 결과자료: 한경협,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연구용역 결과


사모펀드나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수익률 제고의 수단으로 배당, 자사주 매입 확대 요구, 위임장 대결, 공개매수, 이사회 진출 시도 및 교체 요구 등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면서, 행동주의펀드와 일반 기관투자자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나 이상의 행동주의펀드들이 타깃 기업을 동시에 공격하는 '스와밍(Swarming)'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일반 사모펀드들까지 행동주의펀드화하는 것은 행동주의 방식의 기업 공격이 펀드들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요긴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의 받는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리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나 경영권 위협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기업들에게 자사주 매입 외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들도 기관투자자와의 소통을 활성화해야 하나, 정부도 행동주의펀드의 지나친 공격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주행동주의 부상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정부도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 프레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균형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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