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으로 돌아온 경영전문가… "크레버스 2배 이상 키우겠다"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4.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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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동훈 크레버스 대표이사

이동훈 크레버스 대표이사. /사진제공=크레버스.이동훈 크레버스 대표이사. /사진제공=크레버스.


"더 많은 학생을 크레버스 생태계에 편입시키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매스티지(Masstige) 시장으로도 확대하려고 합니다. '개인 맞춤형 로드맵' 프로그램도 순항하는 만큼 회사 규모를 현재보다 2배 이상 키우는 것을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크레버스는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청담러닝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이동훈 전 아워홈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치열해지는 교육 시장에서 크레버스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로써 이동훈 대표는 2년 만에 구원투수로서 친정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경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를 비롯해 다양한 회사에 몸담으며 기업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턴어라운드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는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 전무이사로 근무할 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건설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해 두산이 소비재에서 글로벌 중공업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2014년에는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월드와이드 최고경영자로 근무하며 그룹이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청담러닝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크레버스 합병을 위한 성장의 초석을 다진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당시 청담어학원과 April어학원의 성장을 이끌었고, 게임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인공지능(AI) 기술을 교육에 접목한 '에듀테크'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견인했다.

그가 청담러닝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실적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취임 전인 2017년 14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취임 후 1년 만인 2018년 13% 증가한 15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68억원에서 49% 오른 102억원을 나타냈다. 시가총액도 2017년 1133억원에서 2018년 2148억원까지 뛰었다.

이 대표는 "그간 다양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며 "과거 청담러닝에서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시절, 선제적으로 교육에 IT 기술을 접목해 실적 상승을 이끌었던 것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교육도 '커스텀 시대'… 10년 넘게 쌓인 데이터가 비장의 무기
이동훈 크레버스 대표이사. /사진제공=크레버스.이동훈 크레버스 대표이사. /사진제공=크레버스.
그는 그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되었던 학습 커리큘럼을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학령인구 감소라는 어려움을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서비스 사업의 본질은 100% 소비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데 있다"며 "성장이 정체된 대다수 교육업체는 과거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들고, 5년 뒤에는 중학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크레버스 생태계에 들어와 있는 학부모와 학생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로드맵인 '마이 커리큘럼'을 수리 사고력 브랜드인 CMS사고력관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이 커리큘럼은 개별 학생 맞춤형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목표를 알려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화된 로드맵을 제시해 밀착 관리를 통해 개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학부모는 자녀가 CMS사고력관에서 배우는 내용이 현재 교과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1월 초 일부 CMS 사고력관에 개인 맞춤형 로드맵을 시행한 뒤 맘카페 등 학부모들 사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본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며 "마이 커리큘럼은 오는 3월 정식 출시 예정이고, 청담어학원, April어학원 등 영어 브랜드들은 늦어도 가을학기쯤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이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신사업도 계획 중에 있다. 그는 "개별 학생 맞춤형 시험지 생성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약점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0년 넘게 학생들의 영어 문장을 첨삭하며 데이터를 쌓은 덕택에 크레버스는 무작위로 데이터를 긁어오는 여타 생성형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통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스티지로 외연 확대… 하반기 실적으로 보답할 것"
청담어학원 강의 현장. /사진제공=크레버스.청담어학원 강의 현장. /사진제공=크레버스.
에듀테크 등을 도입한 뒤 크레버스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대에서 10%대까지 올랐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크레버스는 그간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프리미엄 이미지를 바탕으로 매스티지 브랜드로 확대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영재 혹은 1% 시장을 목표로 했다면 앞으로는 1등급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까지도 잠재적 고객으로 여기고 사업 전략을 짜고자 한다"며 "상위 1%와 상위 10%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달라야 하는 만큼 여러 업체와 협력해 관련 커리큘럼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레버스는 제조업과 비교할 때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영업이익률도 10% 수준을 유지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인다"며 "대표에 취임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개인 맞춤형 로드맵 등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올해 말 실적으로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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