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 편한 상황 올린다"→2점차 등판→블론세이브, '19세 복덩이'에겐 쓰라린 프로 데뷔전

스타뉴스 창원=양정웅 기자 2024.03.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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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다이노스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다이노스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경기 전 사령탑의 말과는 달리 중요한 상황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슈퍼루키'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첫 경기부터 그야말로 강하게 키워졌다.

김택연은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개막전에서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4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등 호투를 펼쳤다. 6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투구 수도 66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으로 앞서던 7회 말 마운드에는 김택연이 올라와있었다. 두산 관계자는 "알칸타라는 우측 허벅지 앞쪽 근육통으로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김택연이 곧바로 올라오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경기 전 이승엽(48) 두산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오늘(23일)은 편한 상황에서 나올 것이다. 오늘과 내일(24일)은 첫 게임이고 응원도 다르기 때문에 스며들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결과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좀 더 중요한 상황에 올라갈지는 모르지만 오늘 내일은 부담을 줄여주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그만큼 김택연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조웅천 코치가 김택연과 얘기하고 있다. 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조웅천 코치가 김택연과 얘기하고 있다.
'편한 상황'에 따른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2점 차 리드 상황에 지난해 타격왕 손아섭을 선두타자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신인에게 썩 가벼운 상황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김택연은 손아섭에게 높은 패스트볼을 던졌다가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4번 맷 데이비슨 타석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가 김택연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김택연은 5번 박건우에게도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전안타를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래도 김성욱의 유격수 땅볼 때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바꾼 그는 서호철을 상대로 직구 4개를 연달아 던진 후 시속 118km의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며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대로라면 리드만큼은 지킬 수 있었다.

이때 김택연의 제구가 흔들렸다. 8번 김형준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내준 그는 김주원에게도 불리한 볼카운트를 이어간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를 내주고 말았다. 점수는 2-2 동점이 되면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김택연은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를 힘겹게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선배들이 다가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김택연을 위로했다.


두산은 8회 초 공격에서 양의지의 우중간 1타점 2루타로 다시 리드를 잡으며 김택연은 그나마 승리투수라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택연의 뒤를 이어 8회 말 등판한 김명신이 권희동의 동점포가 터지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두산은 9회 말 마무리 정철원이 만루 위기를 자초한 끝에 데이비슨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개막전 4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다이노스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다이노스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김택연은 두산이 공들여 키우는 자원이다. 지난해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은 김택연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했다. 드래프트장에서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준비하고, 1순위 황준서(한화)와 같은 3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겨줬다. 그만큼 두산이 애지중지 키우는 자원이다. 고교 시절부터 구속과 제구력을 겸비한 그는 지난해 고교 최동원상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은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결승전까지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혹사 논란'에 휩싸인 김택연을 철저히 관리했다. 마무리훈련에 소집하고도 투구는 하지 않았다. 김택연은 "이승엽 감독님께서 마무리캠프에 적응시키러 부른 것이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런 관리가 비시즌 효과를 발휘했다. 두산 2차 스프링캠프에서 김택연은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포함 연습경기 4경기에서 4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시범경기 3경기에서도 승패 없이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을 내주는 동안 삼진은 4개를 잡아냈다. 또한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돼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등판, ⅔이닝 2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팀 코리아 김택연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팀 코리아 김택연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메이저리그(MLB)도 감탄한 피칭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웃맨에게 정말 멋진 피칭을 한 투수가 생각난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빠른 직구를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이런 모습 속에 두산은 김택연을 개막전 엔트리에 전격 합류시켰다. 똑같은 1라운드 지명자인 전미르(롯데 자이언츠), 박지환(SSG 랜더스), 원상현(KT 위즈) 등도 같이 들어갔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김택연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김택연이 들뜨지 않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그런 성격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며 "들뜨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한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세는 나이로 스무 살, 만으로는 18세에 불과하다. 이를 언급하며 이 감독은 "스무 살이 아닌 것 같다. 만 18살인데 전혀 (아닌 듯하다). 38살 같다"며 "출생조사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렇게 믿음을 주며 중요한 상황에 올렸지만, 김택연의 프로 첫 등판은 쓰라린 아픔으로 남았다. 과연 특급 신인은 시련을 딛고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사진=뉴스1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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