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 결국 못풀었다…강남 구축 아파트 재건축 '없던일로'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3.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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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준공 418가구 임광 1·2차 정비구역 지정 해제…정비사업 주민 이견 못 좁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임광 아파트(1·2차)' 단지 모습 /사진=네이버 지도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임광 아파트(1·2차)' 단지 모습 /사진=네이버 지도


강남 구축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주민 갈등 속에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정비구역 지정'이 4년여만에 해제되면서다. 정비구역 지정은 재건축 추진 단계의 첫 절차로 구역 지정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 조합을 설립하고, 정비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1·2차)의 재건축 정비구역이 해제안 통과됐다. 재건축 연한, 요건을 충족했던 아파트 단지가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놓고, 절차 시한을 넘겨 지정 해제를 받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1985년 준공된 방배 임광아파트는 최고 11층, 6개 동, 418가구 규모다. 평형은 84㎡, 136㎡로 구성됐다.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184%, 17%다.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신중초, 방현초, 이수중, 동덕여고, 상문고, 서울고 등도 인접해 있어 교육여건도 뛰어나다.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예술의전당 등 주요 시설도 인접했다.

해당 단지는 준공된 지 34년이 지난 2019년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정비계획안은 최고 27층, 9개 동으로 추진됐다. 공공임대주택 148가구(17.9%)를 짓는 조건으로 기존 용적률 184%를 법정 최고 수준인 299.99%까지 완화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이후 주민 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재건축 추진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결국 4년 가까이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다가 최종 구역 지정 해제에 이르렀다.



임광 1·2차 임대주택 비율 등 주민 갈등 탓 추진위 구성 못해…바로 옆 임광 3차 재건축 추진 속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특히 임대주택 비율 등 재건축 방식에 대해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까지 받고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해 지정 해제된 것은 찾아보기 드문 사례인 건 맞다"며 "대형 평형대 비중도 크고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이견이 그만큼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을 희망하는 아파트단지에서 정비구역 지정 이후 해제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년 안에 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 주민 요청 등에 따라 기간을 연장(2년)할 수도 있다. 임광 1·2차 아파트는 한차례 연장한 후에도 추진위 구성이 안 돼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것이다.

이번 정비구역 지정 해제로 임광 1·2차 아파트 정비사업은 일대에서 가장 뒤처지게 됐다. 단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방배 임광 3차 아파트는 지난해 안전진단 절차를 거쳐 재건축이 확정됐다. 1988년 준공된 임광3차는 최고 10층, 4개 동, 316가구다. 대형 평형이 많은 임광 1·2차와 달리 소형평형 위주다. 용적률은 229%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광 3차는 재건축 동의율이 80%를 넘는 등 추진 의지가 높은 편이고, 소유주 평형 구성도 비슷하기 때문에 진행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임광 1·2차는 현실적으로 단시간 내에 재추진 의사를 모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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