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방송 영상 캡처
농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서장훈은 지난 2020년 방송된 SBS 농구 예능 ‘핸섬 타이거즈’의 감독을 맡으며 이같이 말했다. 현역 시절 그는 ‘국보급 센터’라 불렸다. 남다른 승부욕 때문에 코트 위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잦았다. 그런 그에게 농구는 가벼운 예능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셈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시즌2-언더그라운드’다.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른 시리즈의 후속편이다. 시즌1의 윤성빈, 추성훈 등에 이어 새로운 시즌에 누가 합류할 지 기대가 컸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바로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인 김동현이다. 그는 요즘 각종 예능에서 ‘바보’ 캐릭터도 마다않는 예능인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으로 김동현으로 바라보면 큰 코 다친다. 이는 이미 4회까지 공개된 ‘피지컬:100 시즌2’를 통해 입증됐다.
김동현은 올해 마흔 한 살이다. 아무리 빼어난 운동선수라도 세월을 거스르긴 어렵다. 40대, 불혹에 접어든 김동현이 넘치는 체력을 자랑하는 20대와의 대결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의 커리어를 따져보면, 누구 하나 그를 쉽게 볼 수 없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이종 격투기 단계인 UFC에 진출한 그는 28전 22승4패를 기록했다. 강자들이 즐비하기로 소문난 웰터급에서 4번 밖에 지지 않았다. 최고 랭킹 6위까지 올랐다. 그는 "예능에 나갔다고 예능인이 된 건 아니"라면서 "아직 파이터의 피가 이글이글 타고 있다. ‘피지컬:100’을 UFC로 생각하고, 6년 만에 시합에 임한다는 자세다. 평생 왜 4번 밖에 안 졌는데 숨을 마주하는 순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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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김동현은 강했다. 사전 퀘스트로 진행된 무동력 트레드밀 달리기에서 50명이 탈락한 1라운드, 40명이 이탈한 2라운드를 거쳐 최종 10명에 들었다. 그들은 5분 동안 달린 거리로 순위를 측정하는 3라운드를 치렀고, 김동현은 10위를 차지했다. 참가자 중 최고령에 속하는 그가 젊은 현역 운동인들과의 대결에서 거둔 성과다. 하지만 김동현은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깨에 ‘10위’라는 순위가 새겨지는 것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겼다. 그가 말한 ‘파이터의 피’가 용납하지 못한 성적인 탓이다.
하지만 이기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히려 망신이다. 1라운드 탈락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엠마누엘은 기대 이상으로 강했다. 강한 힘과 유연함을 바탕으로 김동현의 공격을 방어했다. 공을 차지해야 하는 3분 간의 1:1 대결이 진행되는 내내 엠마누엘이 공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승부는 마지막 30초에 갈렸다. 김동현은 완력으로 공을 뺏는데 성공했고, 3분이 지났을 때 공은 김동현의 품에 있었다.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동현이 보여준 임팩트는 곧바로 그를 향한 평가로 반영됐다. 참가자들이 꼽은 팀장 후보 1순위로 지목됐다.
예능인 김동현의 모습이 익숙한 이들에게 ‘피지컬:100’ 속 김동현의 모습은 생경할 수밖에 없다.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하게 운동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부합한다. "인간의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대명제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훈련하고 구축한 몸과 몸의 대결을 보여준다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감, 상대방의 몸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김동현의 태도를 통해 배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피지컬:100 시즌2’는 김동현에게 맞춤옷과 같은 콘텐츠다. 이를 통해 그는 재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