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 진심인 연준…인플레 전망 올리고도 올 3번 인하 고수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3.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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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시장 예상치를 웃돈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불구하고 올해 금리를 3번 인하할 수 있다는 지난해 말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5.25~5.5%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5~25%로 유지되고 있다.



금리 인하에 진심인 연준…인플레 전망 올리고도 올 3번 인하 고수


FOMC 성명서, 한 문장만 변화
이날 발표된 FOMC 성명서는 지난 1월과 비교해 단 한 문장만 바뀌었다. "일자리 증가세는 지난해 초 이후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강하다"란 표현이 "일자리 증가세는 여전히 강하다"로 간결해진 것이다. 이외에는 모든 문장이 같았다.

이번 FOMC 성명서는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좀더 균형을 잡게 됐다"고 밝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문구를 덧붙여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님을 나타냈다.



올해 3번 금리 인하 전망 유지
이날 FOMC 성명서와 함께 발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도 지난해 12월과 거의 비슷했다. 연준은 매 분기마다 연준 위원 19명의 금리 전망치를 익명의 점으로 표시해 점도표를 발표한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는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4.5~4.75%였다. 이는 0.25%포인트씩 3번의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점도표도 올해 3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다만 이번 점도표를 보면 3번이 넘는 금리 인하 전망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는 3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이 6명, 4번이 3명, 6번이 1명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9명이 3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4번은 1명뿐이었다. 5번 이상의 금리 인하 전망은 한 명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점도표는 다소 매파적으로 변하긴 했으나 올해 금리 인하 전망치를 바꿀 만큼은 아니었다.

내년 금리 인하 전망, 4→3번
다만 내년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3.75~4%로 지난해 12월의 3.5~3.75%보다 0.25%포인트 올라갔다. 이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지난해 12월 4번에서 이번에는 3번으로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점도표에 따르면 금리는 2026년에 3번 더 낮아지고 그 이후 어느 시점에 2번 더 인하돼 장기적으로 2.5%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연준 위원들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않고 제약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를 2.5%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소폭 상승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점도표가 발표된 후 오는 6월 FOMC에서 금리가 처음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전날 55%에서 67%로 올라갔다.

올해 금리가 3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33.5%로 전날과 비슷했지만 4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31.4%로 전날 22.8%에서 높아졌다. 반면 2번 인하될 것이란 전망은 25.4%에서 17.2%로 줄었다. 이번 점도표로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소 올라간 셈이다.

성장률-인플레 전망치 상향
이날 연준은 금리 점도표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치를 담은 경제전망요약(SEP)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1.4%에서 2.1%로 대폭 올렸다. 아울러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1%에서 4.0%로 소폭 낮아졌다.

이에 대해 BMO 캐피털마켓의 미국 금리 전략팀장인 이안 린겐은 "근원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0.2%포인트 올라갔음에도 연준 위원들은 계속해서 올해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며 "이는 올초 예상치를 웃돈 인플레이션 지표를 연준 위원들이 무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파월 "인플레 하락 구도 변함 없어"
이와 관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 1~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상회한데 대해 인플레이션이 지난 두달간 생각만큼 둔화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때론 불쑥 튀어나온 길을 지나며 2%를 향해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는 전반적인 구도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안착할 것이라는 믿음도 주지 못했다며 "이렇게 불쑥 튀어 오른 지표가 일시적인 것인지 그 이상의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더 살펴볼 것"이라며 "두 달간의 데이터에 대해 무시하지도 않지만 과민 반응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안 스웡크는 SEP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고려할 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려면 경기 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이상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QT 규모 축소 의사 밝혀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기지회견에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조만간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해 양적긴축(QT)의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준은 2022년 여름부터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만기 연장하지 않고 원금을 상환받는 방식으로 매달 950억달러씩 보유 채권을 줄이는 QT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때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다.

JP모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크 페롤리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연준이 오는 4월30일~5월1일 FOMC에서 매달 QT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당장 5월 말부터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더 상세한 내용은 3주일 후 공개되는 이번 FOMC 의사록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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