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귀국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호주대사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이 대사 모습. / 사진=뉴스1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35분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이 대사는 수십여명의 취재진 질문에도 굳은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이 대사는 '사의 표명할 생각이 있나', '공수처 조사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을 모두 듣고 준비한 말을 꺼냈다. 취재진과는 약 5분간 약식 질의응답을 마치고 서둘러 차량에 올라탔다.
그는 "오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 관련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류기간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초 이 대사는 내달 열리는 정례 공관장 회의 계기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6개국 대상 회의가 열리면서 예상보다 일찍 귀국하게 됐다. 다만 외교부 주관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개최 전례는 있지만 외교가에서도 관련 일정을 인지 못 해 급하게 추진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사는 이번 공관장 회의와 관련해 "방산협력 관련 업무로 상당히 일이 많을 것"이라며 "그 다음주는 한-호주 간 2+2회담 준비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말씀드린 두 가지 업무가 전부 호주대사로 해야 할 중요한 의무로 그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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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인사들이 21일 새벽 5시부터 이종섭 주호주대사 해임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 일부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법률적 판단 여부를 떠나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이 대사의 신속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6개월 만에 첫 조사를 받고 이틀 뒤인 10일 호주로 출국해 '도피성 출국'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은 '도주대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런종섭'(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이라고 지적해 왔다.
민주당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이 대사 경질과 공수처의 즉각 수사 등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 대사가 출국 11일 만에 한국에 들어오는 일 자체가 잘못된 공관장 인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본질은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을 밝히는 것으로, 관련 특검법과 국정조사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