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노조 "수가 인상으로 건보재정 파탄…'재정안정 대책위' 구성해야"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3.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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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건물 내 병원 모습/사진= 뉴시스 /사진=최진석서울 한 건물 내 병원 모습/사진= 뉴시스 /사진=최진석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의사 증원 문제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의료수가를 인상하자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추가 지원이 합법적인 것인지 따져보겠다고도 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노·사 공동 재정안정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민주노총 소속인 건보노조는 19일 성명을 통해 "정부에서 이번 의사파업을 계기로 '필수의료 수가 개선'이란 명목으로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면 '제2의 건강보험 재정파탄'이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다"며 "2001년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기억하면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00년 8월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후 의료파업이 발생하자 정부는 의·약·정 대타협을 통해 2000년 한 해 동안에만 총 4회에 걸쳐 의료 수가를 인상했다. 이에 2001년 의료급여비가 41.5% 급증했고 같은 해 건강보험 재정은 약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노조는 "의사 증원 문제로 시작한 의료공백의 장기화로 국민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추진 방향은 표면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막을 살펴보면 겉으로 보이는 의사 증원 정책의 이면에는 '건강보험 재정투입과 의료수가 인상' 문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수가 인상문제는 단순히 필수의료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문제를 넘어 의료전달 공급체계를 바로 잡는 일과 병행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일부 의사단체들의 무리한 수가인상 요구에 대해 정부의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주장대로 2000명이든 1만명이든 의사 증원 즉 의료공급의 증가가 곧바로 급여비 증가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일지라도 이로 인해 최소한 급여비가 줄어들 이유가 없는 것은 분명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과도하게 수가를 늘려주려고 한다면 위태위태한 건보재정이 파국으로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라고 했다.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건강보험 재정 전망을 정확히 반영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노조는 "2015년 이후 코로나 전까지 급여비는 평균 9~10% 증가했고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2019년에는 14% 증가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2022년에는 9.6% 증가했으나 이후 2023년도에 6.6% 증가했는데 제2차 종합계획에는 급여비가 6~7% 수준에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해 계획을 수립했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 의료비 증가율과 과소추계한 급여비 증가율에 숨겨진 보장성 축소 의도를 고려해보면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30년에는 6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결국 2000년 재정위기 때 정부가 보장성을 낮게 유지하고 민간보험 시장을 확대해 준 과거가 다시 재현돼 우리의 건강보험이 국민의 건강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게 되면, 불안해진 국민은 지금보다 더욱 실손보험을 선택할 것이고 보험회사가 정책에 개입하는 자본의 논리 속에서 의료민영화로 이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의사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 건강보험 추가지원 방안' 재정투입(매달 약 1882억원 이상) 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는지 법적 검토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공단 사측에 의사 증원과 필수의료 개선 등 건강보험공단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사 공동 재정안정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거나 위기가 찾아온다면 일만사천 조합원들은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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