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드·팀킬' 황대헌, '3관왕' 린샤오쥔... 희비 엇갈린 '악연'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3.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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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왼쪽)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 경기 중 황대헌의 반칙으로 중심을 잃고 있다. /AP=뉴시스박지원(왼쪽)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 경기 중 황대헌의 반칙으로 중심을 잃고 있다. /AP=뉴시스


2024 ISU(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과거 그와 성희롱 논란에 얽혀 중국으로 귀화를 선택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간 희비가 엇갈렸다.

황대헌은 이번 대회에서 1000m, 1500m 결승에 진출했지만 연이은 반칙으로 실격당했다. 앞서 그는 지난 1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 출전했다.



결승선 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황대헌은 2위로 달리던 박지원(서울시청)이 곡선주로에서 안쪽을 파고들며 추월하자 손을 이용해 그를 밀쳤다. 중심을 잃은 박지원은 휘청이며 대열에서 이탈했고, 경기 후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고 실격됐다.

그 전날 열린 1500m 결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결승선까지 3바퀴 남은 상황에서 선두로 달리던 박지원을 황대헌이 무리하게 추월하며 몸으로 밀어냈다. 이후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심판진이 반칙을 선언해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황대헌은 연이은 반칙으로 실격당하며 '노 골드'로 대회를 마쳤다.
린샤오쥔이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AFPBBNews=뉴스1린샤오쥔이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AFPBBNews=뉴스1
반면 국내에서 선수 생명이 끊어지자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은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르며 완벽한 복귀식을 치렀다. 지난 17일 열린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린샤오쥔은 18일 열린 2000m 혼성계주와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대표팀으로 뛰던 2019 불가리아 세계선수권 이후 5년 만에 개인전 금메달이다.

린샤오쥔은 "5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땄는데,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 정상에 있다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에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금메달 획득 직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다시 시작하겠다는 초심으로, 자신을 이기기 위해 진지하게 준비를 해왔다"며 "오늘이 끝이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겠다"고 썼다. 그는 또 "우리를 믿으세요. 다음 시즌에는 저와 팀원들 모두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복귀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 글에는 '좋아요'가 26만개 넘게 찍히고 칭찬 댓글이 2만2000개 달렸다. 누리꾼들은 "당신은 우승할 가치가 있어! 축하해요!", "노력한 만큼 결국 보상을 받는구나! 앞으로 더 좋아질거야!", "소피아(2019년 대회장)에서 로테르담까지,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공감한다. 승리의 비결은 자신을 믿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린샤오쥔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중국인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린샤오쥔은 금메달 획득 직후 자신의 웨이보에 "다시 시작하겠다는 초심으로, 자신을 이기기 위해 진지하게 준비를 해왔다"며 "오늘이 끝이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겠다"고 썼다. 그는 또 "우리를 믿으세요. 다음 시즌에는 저와 팀원들 모두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복귀 하겠습니다!!"라고 했다./사진=린샤오쥔 웨이보 캡처 린샤오쥔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중국인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린샤오쥔은 금메달 획득 직후 자신의 웨이보에 "다시 시작하겠다는 초심으로, 자신을 이기기 위해 진지하게 준비를 해왔다"며 "오늘이 끝이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겠다"고 썼다. 그는 또 "우리를 믿으세요. 다음 시즌에는 저와 팀원들 모두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복귀 하겠습니다!!"라고 했다./사진=린샤오쥔 웨이보 캡처
이들은 한때 동료였지만 성희롱 사건이 터지며 악연이 됐다.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당시 임효준은 실내 암벽 훈련을 하던 중 장난치다 황대헌의 엉덩이 윗부분을 노출시켰다. 이 일로 임효준은 같은 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12월에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고 다음 해인 2020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임효준이 황대헌 바지를 잡아당긴 행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까지 갔고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여론은 황대헌 쪽에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결국 임효준은 극심하게 악화한 여론과 자격 정지 등으로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포기했고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 이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더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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