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결혼 불인정은 위헌"…일본 '성소수자' 결혼 합법화되나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3.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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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일본 삿포르 고등법원은 동성커플 3쌍이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규정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만엔(약 892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위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원고 측의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로이터=뉴스1 14일 일본 삿포르 고등법원은 동성커플 3쌍이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규정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만엔(약 892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위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원고 측의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로이터=뉴스1


일본 법원에서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 또는 '위헌 상태'라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이는 사실상 동성혼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향후 일본의 동성혼 합법화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에서 동성혼을 인정하는 국가는 대만과 네팔뿐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삿포로 고등법원은 동성 커플 3쌍이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규정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만엔(약 892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위헌' 판결했다. 다만 원고 측의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삿포로 고등법원의 이날 판결은 앞서 전국 5개 지방법원에서 제기된 6건의 소송 중 첫 항소심(고등법원) 판결로 특히 주목받는다.



동성혼 추진 시민단체인 '메리지포올재팬(marriage for all japan)' 지난 2019년 2월 도쿄(1·2차), 나고야, 삿포로, 오사카, 후쿠오카 등 5곳의 지방법원에 동성혼 불인정은 헌법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결혼은 이성 간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제한한 일본 민법과 호적법이 '법 아래 평등하다'는 헌법 제14조와 '혼인의 자유(1항) 개인의 존엄성과 남녀의 본질적 평등(2항)'을 보장하는 헌법 제24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삿포로 지방법원은 2021년 3월 일본 최초로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혼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성적 지향은 사람의 의지로 선택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성별이나 인종' 등과 같은 것"이라며 "동성 커플에게 결혼으로 발생하는 법적 효과의 일부라도 받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입법부의 재량권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헌법 제14조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혼인은 양성(兩性)의 합의에만 기초해 성립한다'는 헌법 제24조 위반 여부에 대해선 "1항에 포함된 '양성'은 남녀를 뜻하는 문구로 이성 간 결혼을 정한 것으로 위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삿포로 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날 헌법 제14조에 대해선 지방법원과 같은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했다. 단 헌법 제24조에 대해선 1항의 문언상 이성 간 혼인을 정한 규정이지만, 개인의 존중 관점에서 보면 사람과 사람과의 자유로운 결합으로서의 혼인도 포함한다고 해석해 동성혼도 보장하고 있다고 판시하며 헌법 제24조도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14일 기준 일본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동성혼 관련 6건 소송 중 1·2심 판결은 위헌 2건(삿포로·나고야), 위헌 상태 3건(도쿄·후쿠오카), 합헌 1건(오사카)이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14일 기준 일본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동성혼 관련 6건 소송 중 1·2심 판결은 위헌 2건(삿포로·나고야), 위헌 상태 3건(도쿄·후쿠오카), 합헌 1건(오사카)이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앞서 이날 오전 도쿄지방법원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규정은 '위헌 상태'에 있다고 판결했다. '위헌 상태'는 한국의 헌법 불일치와 유사한 판결이다. 이날 판결은 도쿄에 거주하는 동성 커플 8쌍은 동성 커플이 혼인의 법적 효과를 못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소송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동성 커플에게도 결혼의 자유가 보장된다. 동성 커플이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결혼의 법적 효력을 누릴 수 없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도쿄 재판부의 이날 판결로 현재 일본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동성혼 관련 6건 소송 중 1·2심 판결은 위헌 2건(삿포로·나고야), 위헌 상태 3건(도쿄·후쿠오카), 합헌 1건(오사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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