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차현아 기자
지난 12일 오후 1시30분.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60)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쓰인 파란 점퍼를 입고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상도1동 경로당에 빠른 걸음으로 들어섰다. 10여 명의 어르신들 앞에서 큰 절을 한 뒤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 한 어르신에게는 "저희 어머니 같으시다"며 "저희 어머니는 아들만 넷인데 제가 셋째라 이름이 '삼영'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류 후보의 유세 현장에 동행 취재를 나선 12일은 류 후보가 선거캠프를 꾸린지 열흘이 갓 지난 때였다. 이날 방문한 류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는 벽 한 켠에 이제 막 인쇄돼 나온 류 후보의 얼굴과 이력이 담긴 대형 플래카드를 붙이고 있었다. 류 후보는 오전 7시 출근길 유세를 시작으로 밤 11시쯤까지 쉬지 않고 지역을 돌면서 유권자를 만나는 강도 높은 일정을 매일 소화한다. 캠프 관계자는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 얼굴을 알려야 한다"라며 "이미 하루에 수 천 명은 족히 만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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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후보를 영입인재로 맞이한 민주당은 지난 2일 그를 서울 동작을에 전략 공천했다. 서울 한강벨트 중에서도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동작을에서 '정권 심판론'에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심지어 상대는 4선 중진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정치 신인에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만 살아온 류 후보에게는 선뜻 받아들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다만 류 후보는 "경찰을 지키기 위해 정권에 맞서 싸운 나에게도 명분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했고 충분히 승산도 있다고 봤다"고 했다. 류 후보 캠프에는 그의 막내 딸 류수진(24)씨도 합류해 일을 돕고 있다. 류씨는 "어린 시절 기억 속 아버지는 정의로운 경찰이었다"며 "정치를 하신다고 했을 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많을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대의명분 없는 일은 안 하시기에 늘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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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길거리에선 벌써 많은 이들이 류 후보를 알아봤다. 지나가다 류 후보와 인사를 나눈, 상도동에서만 10년 넘게 살았다는 60세 김 모씨는 "예전부터 TV에서 워낙 많이 봤고 우리 지역에 나온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경로당에서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류 후보를 본 한 50대 여성은 류 후보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하며 "동작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류 후보의 명함을 웃으며 받으면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이도 있었고, 지나가던 트럭은 류 후보를 발견하고 잠시 멈춰 창문을 내리고는 "류삼영 화이팅"을 외치고 갔다. 류 후보는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왜 이제 왔냐며, 꼭 이겨달라고들 하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이 대표의 깜짝 방문도 현장 유세에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유세 중 나타난 유튜버 3명은 한 음식점에서 인사를 하고 나서는 류 후보를 기다렸다가 그를 촬영하며 "오늘부터 류 후보만 밀착 마크하기로 했다"고 했다. 선거사무소로 들어가려는 류 후보에게 다가와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고 반가워서 인사드린다"며 사진을 찍자고 하는 여성도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는 이날 이 대표가 류 후보 지지 방문을 하는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류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흑석 수변 공원 조성 및 수변으로 지하 연결통로 개설 △사당·이수·남성 역세권 상업벨트 확대 △총신대·숭실대 4차선 터널 추진 △ 이수·과천 대심도 복합터널 조기 착공 등을 내걸었다. 상도1동 경로당 어르신들을 만난 류 후보는 민주당 총선 공약 3호인 '경로당 5일 무료 점심 제공'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저를 뽑아주시면 경로당에서 무료로 점심을 드실 수 있게 하겠다"며 "제가 파출소장도, 경찰서장도 했다. 제가 상도동을 범죄로부터 안전한 동네로 만들겠다"고 했다.
류 후보는 "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살려고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상대 후보는 지지율이 이미 상한선에 다다랐지만 저는 하한선에서 시작하는 단계다. 이제 쭉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 동작을은?
서울 동작을은 및 지난 총선 결과/그래픽=윤선정
이에 맞서 민주당은 현역 이수진 의원 대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에 반발하다 좌천된 '경찰 출신' 류삼영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서울 동작을은 정동영, 정몽준, 노회찬 등 굵직한 들이 출마해 종로에 이어 '신정치 1번지'로도 불린다.
또한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동작을 지역 민심은 특정 정당의 손을 맹목적으로 들어주지는 않는 경향을 보인다. 매 선거마다 여야 간 구도와 바람, 인물 등 판세 영향이 강해 정치권이 주요 전략지로 주목하는 배경이다.
17대 총선에서는 이계안 민주당 의원, 18·19대 총선에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이 곳에서 당선됐다. 정몽준 의원이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치러진 19대 보궐선거에 이어 20대 총선까지 동작을 민심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21대 현역은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