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상현실 혁신 '디지털트윈', 노후도시 재정비의 새 패러다임 되다

머니투데이 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2024.03.1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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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천당 아래 분당'이란 말이 있다. 불안한 입주로 시작했던 분당은 거주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가 됐다. 강남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인구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거주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그래서 집값도 비싸다. 그러나 이처럼 이상적인 거주 환경으로 불리던 분당도 이제 노후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운다. 부족한 자족 기능, 시설 노후화, 고질적인 교통 혼잡 등 인프라 부족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 단축되고 향후 4년 간 95만 가구의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장애물도 적지 않다. 공사비 급등, 고금리 등의 문제는 사업의 진행 속도를 저하하고 있다.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분당의 경우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원도심과의 인프라 격차, 사업지역 집값 상승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트윈은 노후도시 재정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도시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말한다. 현실 공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모델을 구축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해 최적의 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도시 정비 계획 수립, 신도심과 구도심의 불균형 해소, 공공자산 활용을 통한 이주대책 마련 등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새로운 건축물이 교통 정책 변경에 따른 변화를 예측해 교통 체증을 해소할 수도 있고, 구도심에 공공시설을 확충하고 교통망을 개선해 신도심으로 인구 유입을 억제할 수도 있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디지털 트윈 기반 LX플랫폼을 구축해 건물 노후화 진단, 재난 안전 대응, 교통 환경 개선 등 위한 효율적 정책 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과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통합적 도시 정비 계획 수립, 도시 기반 시설의 우선 정비, 순환 재건축을 위한 이주단지 운영 등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정부, 공공,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책임 있는 역할을 분담해 관행적 도시 정비가 아닌 창의적 도시 재설계로 주택시장 안정은 물론 국민의 행복한 주거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노후도시 재정비는 단순히 노후화된 도시를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노후도시를 편리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로 구축할 수 있는 정비 방식을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LX공사의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성공적인 재정비는 다른 노후도시 재정비에도 모범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그리고 주민 모두가 힘을 합쳐 정교한 노후도시 재정비에 속도를 높여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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