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이후 애플 주가 추이/그래픽=최헌정
하지만 애플 주가는 올들어 11.3% 하락했다. S&P500지수가 같은 기간 7.4%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 주가의 상대적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11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198.11달러에 비해서는 13.8% 떨어졌다.
이번주 들어 애플의 주가 부진은 2가지 대형 악재 때문이다. 지난 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5일엔 애플이 중국 내에서 이례적인 할인행사를 벌였음에도 올들어 첫 6주일간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성장성 둔화되는데 AI 성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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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행사 '원더러스트(Wonderlust)'에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15 프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15 시리즈와 애플워치 시리즈9 등 최신 시리즈를 공개했다. 2023.09.12 /AFPBBNews=뉴스1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28일 주주총회에서 "생성형 AI의 놀랍도록 강력한 잠재력을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미래를 재정의할 새로운 기술, 생성형 AI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이 작업하고 있는 AI가 어떤 것인지, 아이폰 등 하드웨어 기기에 AI 모델이 구동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지, 챗GPT처럼 자체적인 생성형 AI 챗봇 모델을 개발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른바 애플카, 자율주행 전기차도 마찬가지였다. 2004년부터 애플카 개발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애플은 이에 대해 한번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지난 2월27일 전기차 개발을 추진하던 팀이 해체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애플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애플은 제품이든 서비스든 완벽한 상태로 준비돼야만 발표하는 완벽주의 때문에 전기차 개발에 10년을 쏟아붓고도 빈손으로 포기하게 됐다. 완벽하게 준비돼 발표할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면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 애플의 비밀주의 때문에 투자자들은 애플이 AI에서 어떤 혁신을 이룰지 어떤 힌트도 없는 가운데 감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 161~165달러가 기술적 지지선
그렇다면 향후 애플의 주가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펀더멘털상으로는 애플의 기존 사업에서 주가를 크게 끌어올릴 '깜짝 실적'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결국 CEO인 쿡이 예고한 올해 말 AI 관련 발표 때까지는 애플 주가에 특별한 상승 촉매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술적 분석상으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런스에 따르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설립자이자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케이티 스톡튼은 애플 주가가 170달러 밑으로 다시 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지지선은 161달러 부근이라고 밝혔다.
캡테시스의 창립자인 프랭크 캐퍼렐리도 애플 주가의 170달러 다음 지지선을 스톡튼과 비슷한 165달러로 보고 있다. 애플 주가가 161~165달러선을 지키지 못하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2V 리서치의 수석 이사이자 기술적 전략팀장인 존 로크는 애플 주가가 165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2021년 수준인 130달러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 주가가 130달러가 되면 향후 1년간 주당순이익(EPS)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0배로 낮아지게 된다. 이는 현재 S&P500지수의 선행 PER과 비슷한 수준이다. 애플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만 해도 대부분 기간 동안 PER이 20배 수준에 머물렀다. CNBC에 따르면 현재 애플의 선행 PER은 26배이다.
현재 애플에 대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약 200달러로 현재 주가 수준보다 18%가량 높다. 1년 전에는 평균 목표주가가 약 170달러로 당시 애플의 주가 155달러보다 10%가량 높았다.
폴더블·AI·링 다 늦지만…'자발적 후발주자' 애플은 늘 그랬다-반전의 여지는 있다
애플 에어팟
1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폴더블 아이폰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힌지(경첩) 내구성과 화면 주름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다. 당초 업계에선 애플이 올해 폴더블 아이패드를 출시하고, 내년 폴더블 아이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개발을 중단하면서 폴더블 아이폰 출시는 2026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는 삼성보다 최소 7년 늦어지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애플의 의도된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애플은 워낙 혁신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간 새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지켜보는 쪽으로 전략을 취해왔다. 자발적 후발 주자로서 앞서 나온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며 최적화에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윤선정 디자인 기자
스마트워치 때도 그랬다. 2014년 출시된 애플워치는 최초의 스마트워치는 아니었지만,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혁신을 이끌며 절대적인 주도권을 잡고 있다. 2016년 첫 공개된 '에어팟' 역시 당시 '콩나물' '담배꽁초' 같다며 조롱받았지만, 이젠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업계 표준이 됐다.
이밖에 2011년 삼성이 5.3인치 대화면 '갤럭시노트'를 공개한 후 3년이 지나서야 애플은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놨고, 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탑재도 삼성보다 6년 늦었다. 혁신은 늦었지만, 현재 아이폰은 삼성 갤럭시를 압도하는 판매량·매출(프리미엄 제품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애플 제품에 대한 이용자들의 무조건적인 확신과 브랜드에 대한 탄탄한 충성도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구조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애플 제품은 믿고 산다는 인식이 많다"며 "이는 애플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베이스와 높은 브랜드 가치가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애플이 향후 AI폰, 스마트링을 출시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역시 경쟁사의 제품 반응을 충분히 살핀 후 시장에 발을 담그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링의 경우 이르면 내년 말 공개된다. 애플링은 VR·AR(가상·증강현실)헤드셋을 착용한 사용자가 애플링을 낀 손가락으로 시스템을 작동하고 통제하는 입력 장치 및 컨트롤러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애플워치처럼 아이폰과 연동해 전화를 받거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의 간단한 기능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