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안되는 '성인용품' 버젓이…중국 알리·테무, 그야말로 무법천지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4.03.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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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쇼핑몰 판매금지, 판매제한 물품/그래픽=이지혜인터넷쇼핑몰 판매금지, 판매제한 물품/그래픽=이지혜


중국 직구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사상 최대 사용자 수를 갱신하며 11번가를 넘어 국내 온라인쇼핑몰 2위(이용자수 기준)로 올라섰다. 테무 역시 G마켓을 추월하며 사용자 수 4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짝퉁과 불량제품 판매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국내법상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거나 제한된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제서야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사실상 정부가 방치하는 사이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 '무혈입성'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용품부터 발기부전치료제까지… 알리 불법·편법 판매 여전
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15가지 물품에 대해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판매 금지 또는 판매 제한 물품'으로 정해두고 인터넷 판매를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담배 △마약류 △의약품 △모의총포 △총검, 도검, 화약류, 분사기, 전자충격기, 석궁 △도수 있는 안경, 콘텍트렌즈 △안전인증표시 없는 전기용품 또는 공산품 △음란물 △상표권 침해물품 △저작권 침해물품 △주류 △유해화학물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청소년유해물 등이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은 이러한 정부의 규제를 지키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품의 10분의 1 가격도 되지 않는 가격의 짝퉁 상품, 저작권침해 상품 등의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속옷이나 인형같은 일상적인 단어를 검색하면 성인용품은 물론 최음제로 의심되는 상품 등이 연관검색어로 함께 노출되기도 한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멜라토닌 ,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의약품도 판매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법상 불법인 근시와 난시를 돕는 '도수 안경' 판매(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법상 안정인증이 없으면 팔 수 없는 '부탄가스 라이터'나 배터리 충전지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 법 적용 받았다면 벌금·과태료만 천문학적 수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도수 있는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법상 도수 있는 안경의 인터넷 쇼핑몰 판매는 금지돼 있다/사진=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갈무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도수 있는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법상 도수 있는 안경의 인터넷 쇼핑몰 판매는 금지돼 있다/사진=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업체들이 적용받는 법을 일일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규제했다면 과태료나 벌금 액수가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멜라토닌의 경우, 불법 유통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안경의 온라인 판매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안전인증 표시가 없는 전기생활용품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KC인증은 통상 국내 판매자들이 약 500만원 가량을 들여 공식 대행업체를 통한 절차를 밟아 3~6개월 소요되지만, 알리는 이러한 인증 없이 국내에 판다.

유럽의 CE마크, 일본의 PS마크처럼 국가별로 안전과 품질, 환경안전을 인증하는 KC인증은 특히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에 필수인데 중국 직구업체의 어린이 제품은 이런 인증을 받지 않는다.

KC인증을 받지 않은 어린이 제품을 팔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 등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법을 준수하며 법에 저촉되는 상품을 아예 팔지 않지만 알리는 한국 시장을 '치외법권'지대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없이 '무혈입성'...정부는 이제서야 실태파악
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는 이같은 한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국내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왔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2월 사용자 수는 역대 최대치인 818만명을 기록했다. 1년 전 355만명과 비교해 130% 증가한 수치다. 11번가(736만명)를 넘어서고 2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테무는 581만명의 사용자 수를 기록하며, 1년간 102만명 줄어든 지마켓(553만명)을 뛰어넘어 4위에 올랐다.

알리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 '알테쉬' 합산 사용자는 1467만명으로 1위 쿠팡(3010만명)의 49%에 달한다.

사실상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무혈입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대대적인 현황 파악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현장 조사에 나섰고 산업자원통상부는 업계 간담회를 열고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를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고민하는 사이 불법판매를 일삼는 중국 직구업체들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규제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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