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재추월 韓 국민소득…'4만달러 시대'는 언제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3.05 11:45
글자크기
1인당 GNI(국민총소득) 추이/그래픽=이지혜1인당 GNI(국민총소득) 추이/그래픽=이지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년 만에 대만을 재역전했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 대비 대만 달러값이 원화보다 더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다만 우리나라 1인당 GNI는 7년째 3만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대에 그치며 약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등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 3만3745달러…전년 대비 2.6% 증가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3745달러로 2022년(3만2886달러)보다 2.6%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늘었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으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빼고 손흥민 등 한국인이 해외에서 번 돈은 포함된다.



앞서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지 11년 만인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대를 돌파했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지만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2004달러)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2021년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2년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후퇴했고 다시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지난해 1인당 GNI는 역대 최고치(2021년·3만5523달러)와 비교하면 5.3%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1인당 GNI가 반등한 건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이 1조7131억달러로 1년 전보다 2.4% 성장하고 2022년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을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2023년 평균 원/달러 환율(1305.4원)은 전년 대비 1% 상승했다. 2022년 상승률(12.9%)보다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그만큼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2022년에 비해 덜해졌다는 의미다.

환율효과에 20년 만에 추월당했던 대만 '재역전'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미 달러화 기준 전년(3만2661달러)대비 2.6% 증가한 3만3745달러로 1년 만에 증가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뉴시스 /사진=황준선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미 달러화 기준 전년(3만2661달러)대비 2.6% 증가한 3만3745달러로 1년 만에 증가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뉴시스 /사진=황준선
이같은 '환율 효과'로 지난해 1인당 GNI는 1년 만에 대만을 다시 앞지르게 됐다. 대만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1인당 GNI는 3만3299달러로 한국(3만3745달러)보다 446달러 낮았다.



앞서 2022년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대만에 역전 당했다. 2022년 원/달러 환율 상승폭(12.7%)이 대만달러 환율 상승률(4.5%)을 크게 웃돈 영향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022년 같은 경우는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컸었는데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원화는 안정세를 보였고 대만 통화 약세가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언제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도달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 협의회'에서 "윤석열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7년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비전을 (경제정책에) 담아 경제 운용에 가장 방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국제연합(UN)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세계 40위였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소득만 놓고 보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저출산·고령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등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져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실제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는 등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국가의 자본과 노동력·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한 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수준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19~2020년 2.5~2.6% △2021~2022년 2%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등이 심화해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줄어들면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현재 잠재성장률과 관련해 "2%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꺾였다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1330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연평균(1305.4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