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어' SK해운 매각 추진…한앤컴퍼니 '엑시트' 향배는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03.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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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파라곤호 전경. /사진=SK해운 제공G파라곤호 전경. /사진=SK해운 제공


SK해운이 올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부채 부담, 해운업 침체 등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SK해운 외에도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중형급 해운사도 상당수인 까닭에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의 '엑시트'는 속도를 내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해운의 최대주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부채를 포함한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일부 매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가격은 6조원에 달하는 SK해운의 부채를 포함해 총 100억달러(약 13조원) 수준으로 현재 금융자문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 매각 작업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추진됐다. 당시 한앤컴퍼니는 탱커선(유조선)사업부의 분할 매각을 고려했다. 해당 사업부에 대한 지분 가치만 20억달러(약 2조6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봤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 10월 SK그룹으로부터 SK해운 지분 79%를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2022년 말 기준 한앤컴퍼니는 SK해운 지분 71.43%,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지분 16.35%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982년 설립된 SK해운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와 화물 등을 해상 운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모펀드 인수 이후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한앤컴퍼니 인수 직전인 2018년 733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1643억원, 2020년 2178억원, 2021년 2079억원, 2022년 3723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선대 투자로 늘어난 부채는 불안 요소다. 순차입금은 2019년 말 3조7674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가결산 연결기준 5조5628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704.3%에서 485.0%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중한 편이다. 차입금의존도는 77.6%로 사모펀드 인수 이후로도 7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으로, 흔히 시장에서는 30% 이상인 경우 재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0월 평가리포트를 통해 "카타르 에너지 LNGC 5척 등 총 12척의 발주잔고 등을 감안한 향후 3개년 투자부담은 3조원 내외로, 높은 수준의 투자 부담으로 인한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속될 장기계약 수주 계획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재무부담은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해운업이 불황에 접어든 점도 매각에 불리한 재료다. 해운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공급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규 컨테이너선 공급이 쏟아지는 데 비해 수요가 이를 따라가 주지 못하면서 올 초 홍해 사태로 급등하던 해상운임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인수합병 시장 '최대어'였던 HMM 매각 작업이 무산된 가운데 중형급 해운사 매물도 즐비해 매각이 흥행하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SK해운 외에도 현대LNG해운, 에이치라인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중형급 해운사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HMM 인수전 이슈로 중형 해운사의 매각 작업도 후보군을 살피며 미뤄지고 있었는데 국내 최대 선사인 HMM도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며 "불황이 긴 특성을 가진 해운업이 불황 초입을 지나는 현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해운업체들도 늘어났기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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