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시 판릉공동체를 방문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신화=뉴시스
27일 차이신 등 중국 국내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들어 승진이 확인된 중국 내 고위직은 줄잡아 45명이다. 중국은 최고위직을 포함해 공직자 승진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대부분 승진 후에 승진 사실이 확인된다. 행사에서 소개되는 공식 직함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직함이 이전과 달라지면 '승진했나 보다' 하는 식이다.
또 다른 여성으로 상하이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비서)에 황리신(黃莉新)이 신규 선임됐다. 1962년 장쑤성 출신으로 수자원보호와 관개 전문가다. 2003년 40세의 나이로 장쑤성 부시장으로 승진했고 2015년 난징 사상 최초 여성 당위원회 수장인 서기직에 올랐었다. 이후 장쑤성과 절강성 등 당 요직을 거쳐 상하이 인민대표회의를 이끌게 됐다.
줘리(左力) 전 법무부 차관은 허베이성 상무위원으로 임명됐다. 1967년 길림성 자오허 출신으로 북경대 법학과를 나와 쭉 국무원 법무라인을 탔다. 법무부 대변인으로 얼굴을 알린 후 승승장구 해 2021년 최연소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지방정부 당직에 들어 느즈막히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쌓게 됐다.
올해 5번째 여성 승진자는 후리지에(胡立傑) 랴오닝성 상무위원이다. 1971년생으로 여성 승진자 중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린신을 제외하고 봤을 때 유일한 치링허우(七零後, 1970년대 출생세대)다. 랴오닝성 출신으로 판진시 부시장와 시위원회 상임위원, 시의장 등을 거친 잔뼈가 굵은 여성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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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친 중국 국무위원. 여성정치인 중 가장 공식 직급이 높은 이다./신화=뉴시스
지금 단계에서 중국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은 물론 시 주석의 아내인 펑리위안(彭麗媛) 중국 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이다. 펑 부주석을 빼고 정치적 지위로 따지면 천이친(諶貽琴) 국무위원이 가장 높다. 시 주석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으로 유명하다. 충성심과 화려한 이력을 배경으로 정치국원이 유력했지만 시 주석은 25명이던 국무위원 수를 24명으로 줄일지언정 여성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시 주석의 여성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 여성대표회의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그는 "여성들은 중화민족의 전통적 미덕을 고취하고 가풍을 확립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1년여 전인 2022년 10월엔 "중국 여성은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전통적 성 역할을 매년 강조하고 있다. 페미니즘으로 상징되는 서구적 저항주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런 기류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중국 정부기관 및 공기업 채용공고문을 중국 내 한 NGO(비정부기구)가 분석한 결과 '남성 전용'이라고 명시된 일자리는 3만9600개 신규 공직 중 약 4분의 1에 달하는 1만981개였다. 반면 '여성 전용' 일자리는 7550여개에 그쳤다.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돌풍이 이런 여성을 배제하는 보수적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시진핑의 보수적 시대에 지친 여성들을 스위프트가 열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바비를 중국 여성들이 수차례 관람하는 등 흥행하자 역시 비슷한 분석이 제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