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나델라는 창문을 깨고 구름을 잡았을까

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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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에서는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회사들을 그룹화하여 수시로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2010년 초에는 트위터, 구글, 애플(iPhone), 페이스북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자 'TGIF'를 주식시장을 이끄는 대표 종목이란 의미로 사용했으며, 2017년에 트위터 주가가 급락하고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급부상하자,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통칭하는 'FAANG'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그러다 2023년 초 인공지능 상용화의 수혜를 입으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7개의 뛰어난 빅테크기업을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 7'으로 명명하기 시작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로 구성된 M7의 작년 평균 주가상승률은 무려 100%에 달했다. 그러다 M7 중 옥석 가리기를 통해 향후 AI 시대를 주도할 회사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를 지목해 'MnM'으로 부르고 있다.

금년에는 생성형 AI 붐에 힘입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AMD가 'AI 5'로 탄생했으며, 최근 1년 동안 이들 기업의 주가는 엔비디아 300%, 브로드컴 122%, AMD 121%, 마이크로소프트 61%, TSMC 44%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최근 주식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리스트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회사는 MS와 엔비디아 2개다. 2024년 2월 말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3조 달러가 넘는 마이크로소프트, 2위는 애플, 3위는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다. 엔비디아는 아마존과 구글을 제치고 4위에 올라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늙은 공룡, 늙은 호랑이로 불리며 쇠락해 가던 MS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였을까.

MS 부활의 주인공은 단연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세우며 PC 기반으로 성장한 MS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티아 나델라 CEO다. 최근 CNN 비즈니스는 생성형 AI 돌풍을 일으킨 오픈AI의 샘 올트먼, AI 반도체의 혁명을 이끈 엔비디아의 젠슨 황,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나델라를 '2023년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그는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과소평가된 CEO'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뽑히기도 했었다.



인도 태생인 나델라는 2014년 MS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최악의 상황에서 CEO 자리에 올랐다. 입사한 지 20년 만의 일이다. 그에게 CEO 자리는 성공이라기보다 숙제에 가까웠다. 그 당시 시장은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는데 MS는 설자리가 없었다. 스마트폰은 애플이 석권했고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장악했으며, 그나마 강세였던 태블릿도 애플과 삼성에 밀려난 상태였다. PC를 기반으로 성장한 MS에게 모바일은 악몽이었다.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가 13년간 성장은커녕 주가가 30%나 하락한 상태에서 그만두고 후임 CEO를 찾고 있을 때, 블룸버그는 '왜 아무도 MS의 CEO가 되고 싶어 하지 않을까'라는 기사에서 '폐쇄성'과 '혁신이 없는' 기업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기도 했다. 그러다 나델라가 CEO에 임명되자, 망가진 회사를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며 모든 언론들은 일제히 혹평을 쏟아냈다.

모두의 우려와 지탄 속에 취임한 그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만족에 빠져 침몰하던 MS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꾸었으며, 주력 사업이었던 윈도, 오피스 등 PC 소프트웨어 대신 클라우드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영광인 '윈도window'를 걷어내고, '클라우드cloud'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시장에 MS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선점하고 있는 클라우드에 집중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내부 반대가 많았다. 나델라는 혁신을 강조하며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클라우드 '애저'가 이때의 산물이다.

또한 오픈소스 전략을 펼치며 경쟁사인 애플, 구글, 리눅스와도 기꺼이 손을 잡았는데, 이는 전임 CEO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노키아를 인수하며 펼쳤던 휴대폰 사업은 과감히 접었으며, 신사업 발굴을 위해 모장 스튜디오(3조 원), 링크드인(31조 원), 깃허브(9조 원), 뉘앙스 커뮤니케이션(24조 원), 제니맥스 미디어(9조 원), 액티비전 블리자드(82조 원) 같은 엄청난 규모의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위기를 신속하고 차분하게 극복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나델라는 작년 초 생성형 AI라는 개념을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킨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17조 원)를 투자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신의 한 수를 두었다. MS를 AI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순간이었다. 사실 생성형 AI는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이 없는 상태지만 미래 트렌드를 예견하여 선제적으로 베팅한 것이다. 차후에 생성형 AI가 활성화되면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엄청난 수혜를 입을 거란 판단이 있었다. 또한 오픈AI 투자와 동시에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 자사 주력 제품에 AI를 접목시켜 수익성을 강화하였다.

그 결과 얼마 전 발표된 2023년 실적을 보면, 나델라의 전망대로 클라우드 애저 매출이 전년대비 30% 폭풍 성장하며 MS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또한 금년 초 10년 만에 기업가치를 10배 늘리며 전 세계 1등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윈도 성공 이후 수십 년 만에 다시 세계 최고의 혁신 선도자라는 타이틀도 되찾았다. 언론은 나델라를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인물)로 칭송하며, '영혼을 잃어가던 회사'를 다시 일으킨 인물, '평범함의 수렁'에 빠져 있던 MS를 부활시킨 영웅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0년 전 CEO 취임식에서 "전통보다는 혁신만을 추구하겠다"던 나델라는 윈도 라이선스 판매에 안주하며 쇠락하던 MS를 '리셋'하고, 과거의 영광을 잊고 폐쇄성을 탈피하고 과감히 혁신에 모든 것을 걸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세계 1위에 올랐지만 그는 "요즘 우리는 과거 영광을 뒤돌아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다시 더 큰 성장을 추구하는 나델라 앞에 독점 규제의 칼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되지 말고, 모든 것을 배우는 사람이 되세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라는 나델라의 철학이 담긴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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